무제

by 병혁

"굿 플레이스"에 대한 나의 추측은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나는 굿, 배드 플레이스가 사실 다를 바 없다고 예상했으나, 사실은 그들이 굿 플레이스가 아닌 정교하게 고통받을 배드 플레이스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 ㅋㅋ 재밌다. 이런 맛이 있어야지. 물론 내가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본 경향이 있지만.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천국이면서 동시에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 죽어 없어진 후에야 천국에 간다는 말은 내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살아생전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착한 일 하고, 따뜻하게 사는 것이 최선 아니겠는가. "굿 플레이스" 세계관에 따르면 나의 행위의 총체적 가치는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지 궁금하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불교를 좋아해 그마저도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육신을 갖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적어도 플러스이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 부쩍 요셉의 글이 좋다. 그의 글엔 내가 보지 못했던 그의 삶이 담겨있어, 그가 쌓아온 시간이 담겨있어 읽을 때마다 맛있다. 함께 있으면 결이 정말 같다고 느끼면서도(물론 그의 결이 나보다 더 선하지만), 그간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취향과 경험이 다르다 보니 그의 글엔 내가 몰랐던 그의 세계가 담겨있는 것이다.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돌고 있는 그가 표현하는 그의 마음은, 부쩍 나의 하루의 낙이 되었다. 예전부터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서로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할 수 있는 친구를 간절히도 바라왔는데. 나는 그를 나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척이나 좋다. 물론 그의 입장에선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확신에 찬 '베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물론 그와의 관계가 단순히 우연찮게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그의 앞에서 나의 부끄러운 것을 고백하는 용기를 내었다. 지금도, 그에게 무언가를 고백할 때마다 나는 용기를 내곤 한다. 허물을 보여주고 약점을 내어주는 그러한 일은 쉽지 않지만, 그는 용기 낸 나를 인자한 미소로 받아준다. 어쩌면 용기와 용서로 이루어졌기에,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죽는다면, 나는 거문고 대신 철권을 할 수 있는 조이스틱을 부수게 되겠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와 철권을 하고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연초를 뻑뻑 피워대고 싶다. 다른 사람이라면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할 그런 얘기를 듣고도, 오늘도 그는 내게 멋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참으로 고맙다. 나 또한 그가 어떤 상황에 있든, 어떤 일을 벌리든, 심지어는 사람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그의 편을 들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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