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전쟁같은 하루를 보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에 가고, 출근을 하고, 소개팅을 하고, 축사를 썼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지치지만, 디오니소스의 힘을 빌려 간신히 글을 써내린다.
오늘 하루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의 총 정리같은 느낌. 두렵고 무서웠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지만 한 번 쯤은 겪어봤다는 사실에 조금은 익숙하면서도 성숙하게 넘겨냈다. 나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미지수지만, 나 그래도 열심히 해내고 있다는 답변을 달 수 있는 하루.
독한 술을 연거푸 세 잔 째 먹고 있다. 일정을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이지만 애정하는 동기의 결혼식을 축하하겠다는, 진심으로 축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글을 써내려 갔다. 지난 며칠 동안 꽤나 큰 스트레스가 되었지만 디오니소스님은 취기를 통해 내 어깨에 내려 앉으셨고, 명필인지 악필인지 모를 축사를 술술 써내려갔다.
사실 오늘 하루는 너무도 힘들었다. 온갖 감정과 깨달음이 스쳐지나간 하루, 나는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보기도, 내뿜은 담배연기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하루를 버텼다. 동시에 그만큼 즐거웠다. 노래에 흠뻑 빠져 리듬을 타고, 흥얼거리고, 몸을 흔들고. 울고 웃고 지지고 볶고. 이것이 높은 파도를 타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일까.
나는 넘어지게 될까. 다시 크게 넘어질까. 여전히 나는 그것이 두렵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온 피부로 느낀다. 나는 걸어가야만 하는 낙타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지치고 힘든 순간에 레드벨벳의 “Power Up” 크게 들으며 담배 한 까치 꼬나물고 버틸 뿐이다.
지난 며칠을 돌이켜 봤을 땐, 오늘같은 하루가 더 만족감이 높다. 파도를 오르내리는 짜릿함은, 그 순간엔 즐겁지만 내려오고 나서는 지치게 만든다. 이 파도를 다시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간신히 잘 넘겼다하는 안도감. 이는 분명히 나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지점이지만. 이제는 숨을 깊게 내뱉음으로써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방법을 익혔다. 숨이 턱턱 막힐 때에는 눈을 잠시 감고 숨을 기이잎게 내뱉으면 조금은 더 안정이 된다.
브런치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 마음에 남는다. 몇 안되더라도 금요일에 연재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억지로 글을 쓰는 것보다도 내 몸이 우선인지라 꾸역꾸역 미루어 내었다. 조금은 혼란스러워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고민이 되기도 했고.
나는 내 자신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내가 욕구하고 바라는 모든 것들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동시에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님을 어느정도는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탈모약을 처방 받았다. 내 스쿼트와 남성 호르몬 감소의 전쟁. 나는 내가 이길 것을 확신한다. 호르몬 감소따위 더 큰 호르몬 분비로 이기리라. 그럼 탈모 예방 및 치료에 부작용을 일으킬까? 모르겠지만 나의 의지는 강하니. 두타를 일단 먹고, 나 나름대로 저항을 해보도록 하자.
오늘은 많이도 웃고, 울고, 지치고, 발산하는 하루였다. 모든 날을 오늘처럼 보내게 된다면 돌아버리겠지. 하지만 충분히 가치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 20대의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하루. 나는 오늘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가치있고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