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_ 두 번째
사람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의 불행을 소비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위로한다. 타인의 행복을 이처럼 누리진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하며 지껄인다. 나는 내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아주 소중히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주말 드라마도 아니고 독립 영화도 아니다. 누군가의 생생한 삶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읽게 되길 소망한다. 나도 같은 생각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적어나가고 있다.
남편과의 오랜 다툼으로 몸도 마음도 지쳤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 남편에 대한 나의 마음'이다.
처음 남편과 손 과장의 카톡을 봤을 때는 이성적으로 사고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미 일어난 결과물에 맞춰 나는 더 이상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랜 다툼을 통해 차분히 가라앉은 모래알처럼 다시 가지런해진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이혼도 못할 건데 억울해서 어떻게 사나, 나도 맞바람이라도 펴야 하나,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그 철없이 마음만 앞서던 풋내기들은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_ 이런 쓸모없는 복수심에 타올랐던 적도 있다. 요즘 뉴스에 채팅 앱 사건 사고도 많던데 이런 거라도 가입해서 보란 듯이 아무나하고 잠이나 자고 와야 하나.
이런 꿈도 못 꿀 일을 마음에 품으면서 남편을 아프게 하고 싶었다. 나의 고통을 끝내 이해하지 못할 남편에게_
그렇지만 나는 끝내 가만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남편을 사랑했던 내 마음에 그 어떤 작은 흠짓도 내고 싶지 않은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였다. 온전한 것. 남편을 향한 변질되지 않은 온전한 내 마음이 어쩌면 진짜 복수가 아닐까. 진짜 나를 위한 위로가 아닐까. 더할 수 없이 높고 순수한 마음으로 남편을 사랑했고, 그 마음이 어떤 것으로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_ 이렇게 선명해진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미워하는 대신, 용서하는 대신 내 마음의 온전함을 택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 마음 가지고 뭘 하겠냐, 바람난 남편한테 그 지고지순 따위가 뭐 대수냐 하겠지만 나는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고 자위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힘이 된다. 다시 남편과 아이들과 내 인생을 쌓아가는 힘.
선명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