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 (엄마 마음도)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았다. 기분이 주저앉아버렸다. 너무 오랜만에 이런 기분이 들어 나도 당혹스럽다. 운동을 시작하고 기록한 뒤부터는 줄곧 상태가 좋았는데, 아니 회복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예전의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니 무언가 패배감에 젖는다. 결국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김영하 소설의 큰 메시지처럼.


남편도 이런 내가 낯설고 걱정이 되는지 줄곧 내게 묻는다. ' 무슨 일 있어? 마음 정리되면 꼭 말해줘 '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냥 조금 기운이 빠지고 마음이 무거운 거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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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남편과 단 둘이 식사를 했다. 식탁 위 한편에 솔이 식판이 놓인 채로, 약간의 당혹스러움을 안고 오랜만에 남편과 드라마를 보면서 같이 밥을 먹었다. 저녁 준비하며 솔이가 사탕 달라, 주스 달라 또 떼를 부리길래 저녁밥 먹고 준다고 엄하게 말했더니 그새 삐져서 안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볶음밥이 금방 완성돼 기쁜 마음으로 (솔이가 잘 먹겠지 하는 마음, 두근두근) 솔이를 불렀는데 대답이 없다. 방에 들어간 지 채 10분도 안 된 거 같은데, 겨울 왕국 보자고 꼬셔도 나오질 않는다. 또 곧바로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며 아빠가 요란하게 퇴근을 했는데도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그렇다, 솔이는 6시 50분에 잠이 들어버렸다. 엎드린 채, 손가락을 빨며. 잠들기 전에 놀이터에서 한 창 놀고 손만 씻었는데, 밥도 안 먹었고, 양치도 안 했는데, 지금 자면 언제 일어날까, 깨울까 말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가며 이럴 때 가장 좋은 선택지가 뭔지 급하게 고민했다. 일단 양치를 시키려고 구강티슈랑 치간칫솔을 들고 다시 들어가니, 잠이 들었으면서도 직전에 엄마가 싫은 소리 한 게 아직 마음에 남아있는지 고개를 안 돌린다. 내가 아무리 흔들어도 눈이 떠지고 얼핏 잠에서 깼는데도 말을 안 듣는다. 단단히 삐진 게 분명하다. 그렇게 양치도 못 시키고 일단은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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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늦게라도 깨면 밥 먹이고 또 재우지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다시 주방으로 나왔는데 맛나게 구워진 조기 한 마리가 보인다. 그 좋아하는 생선 (엄마인 내가)을 솔이 줄 때마다 하나씩 구워 너 주고 남은 거 나 먹고 하는데, 오늘이 그날인데 솔이는 노릿노릿한 조기를 놔두고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남편과 같이 오붓하게(?) 식사를 할 때만 해도 이게 웬 횡재냐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남편이랑 오랜만에 드라마도 보고 수다도 떨고, 깊은 잠이 들었으니 쉬쉬 하지 않고 편하게 식사를 하니 신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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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잠시, 밥을 먹고 일어나니 마음이 더 바빠진다. 솔이가 일어나기 전에 설거지도 하고 나도 씻고 잘 준비를 다 마쳐야지 하는 생각. 그렇게 씻고 나와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다. 어린이집 수첩을 보니 오늘 낮잠을 안 잔 모양이다. 그러니 저렇게 피곤해서 쓰러진 거겠지.


근데 뭐가 내 마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거지?




이럴 때는 뭐든 손에 잘 안 잡힌다. 운동도 아침에 했고, 다이어리 정리도 했고, 휴대폰 만지는 것도 마음에 안 잡히고 _ 그렇다 이럴 때는 책을 읽어야 한다. 연초에 책 좀 읽어보겠다고 큰 마음먹은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6월, 다시 육아 서적 두 권을 지난주에 샀다. 그중 하나인 [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_그로잉 맘이다랑 지음] 책을 꺼내 읽는다.




기운이 없으니 볼펜을 세워 거기에 이마를 대고 얼굴을 파묻고 읽기 싫은데 억지로 읽는 듯, 책을 읽어나간다. 남편이 그런 내 앞에 앉아 안절부절못한다. 지금도 내 앞에서 할 일 없이 마냥 기다리고 있길래 출장 준비나 하라고 오더 하나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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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읽은 몇 페이지. 내가 무슨 이유 때문에 가라앉았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다.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혹 나와 같은 상황 ( 있을 수 있을까? 설거지하다 우울해지는 상황 ㅋㅋㅋ)을 경험하고 있다면 공유하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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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이란 무엇일까요?

[발달이란, 수정에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를 통해 신체적 기능이나 심리적 기능에 있어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


@ 아이는 쉴 새 없이 자라고 계속 변할 거예요

부모들은 임신, 출산 전까지의 기간과 아이가 태어난 뒤 돌까지의 발달에 많은 관심을 갖곤 합니다. (중략) 하지만 아이가 말을 곧잘 하게 되고 걷고 뛰는 등 기본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아이의 발달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부모들이 늘어나요. 영유아 검진을 받으면서 때때로 아이의 키와 몸무게가 잘 늘고 있는지 정도만 확인하죠.


그런데 사실 아이는 계속 발달하는 중이에요. 눈에 확 띄지 않아도 감정이나 언어발달처럼 중요한 영역들이 부지런히 성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의 정서 역시 계속 발달하고 있답니다. 출생 후 처음 한 두 해 동안 아이는 분노, 슬픔, 기쁨, 놀람, 공포 등과 같은 기본 정서만 느끼지만, 커가면서 당혹감, 수치심, 죄책감, 부러움, 자부심과 같은 2차 정서를 느끼게 됩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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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아직도 남은 발달 과정이 많고,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미숙해요. 그러다 보니 부모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다 완성되어야 하는 시기인데 그렇지 못한 건 아닌지 오해해서 걱정하고 초조해하는 것 같아요.


아이는 당연히 미숙하고, 지금 순간에도 계속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해요. 발달은 수정체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의 전 생애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거니까요.


게다가 이 발달의 정의는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에요. 부모인 우리도 지금 이 순간 계속 자라는 중이에요. 그러니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라는 역할을 막 시작한 우리도 부족하고 미숙할 수 있는 거죠. 개인의 삶에서 부모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를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 당연히 부모로서는 성숙하지 않을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발달의 의미를 떠올려보면 부모인 나 자신과 아이의 미숙함을 덜 불안해하며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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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렇게 철든 엄마가 있다는 게, 이 엄마가 글까지 썼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그냥 이 글을 읽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스르르 풀려 빨래 개고 있는 남편과 수다도 떨게 된다. 저렇게 삐져서 기절하듯 잠든 솔이를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저녁밥도 못 먹었는데 혹 배고프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간식 달라고 떼쓸 때 너무 엄하게 한 게 미안하다. 그러고 보니 놀이터에서 놀고 돌아와 물도 한 잔 안 마시고 겨울왕국 엘사 놀이만 하다 잠들었는데 목이 타진 않을까. 그 걱정이다.



그래서 나는 설거지를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우울 및 육아 질풍노도를 경험했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남편 한데 내 마음을 고스란히 다 말했다. _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시차적 응이 제일 걱정이다, 진간장은 샀어? 등 뜬금없는 말을 하며 계속 빨래를 갠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부모의 시간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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