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참는 아이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정말 싫다.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습하면서 무덥고,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드는 날씨. 요 며칠 날씨와 싸우기라도 하듯 나의 하루도 날카롭다.



며칠 전 아침,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자전거 산책을 하고 싶다는 솔이 말대로 자전거를 가지고 아파트 단지를 거닐었다. 날개미도 보고 쥐며느리도 보고, 애벌레, 진딧물이 짝꿍 개미들도. 온 세상 한 걸음 한 걸음 거닐 때마다 솔이는 '엄마 이거 뭐야?' 호기심 많은 때이다. 귀엽다. 코 앞 어린이집 가는데도 반나절이 걸릴 것만 같은 솔이의 발걸음에 나는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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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린이집 앞에 다 달았을 때 3살 반 동생을 만났다. 할머니랑 등교하는 그 친구는 평소 솔이 언니를 좋아하고 많이 따른다고 했다. 그 할머니도 솔이를 볼 때마다 예쁘다고, 칭찬을 하신다. 마침 길을 건너면서 솔이가 손을 들고 건너는 모습을 보고 손녀에게 말했다. '솔이 언니는 저렇게 손도 잘 들고 길을 건너네, 언니 잘한다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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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나는 알고 있다. 칭찬은 어떠한 고래보다도 우리 솔이를 더 흥겹게 만든다. 아니나 다를까 솔이는 그 할머니 칭찬에 벌써 어깨가 들썩들썩 팔을 휘저으며 이미 파워워킹을 하고 있다. 신이 났고, 멋진 언니라는 말에 더 멋지고 싶으니까. 그런 솔이를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순수한 아이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그렇게 기분 좋게 동생이랑 같이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데 먼저 들어가는 동생 뒤로 따라가다 그만 문 손잡이에 옆머리를 콩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내가 실수한 게 그렇게 붐빌 때는 천천히 들어가게 해야 하는데 한껏 기분 좋아있는 솔이가, 동생이랑 같이 들어가고 싶어 할까 봐 두 손 놓고 있었다가 그 일이 일어났다. 그때 각 반 선생님 두 분, 동생, 동생 할머니에 솔이 나까지 사람이 현관 앞에 붐비면서 솔이를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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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라고 나도 말하고 선생님도 말했지만 솔이는 괜찮다며 손을 저으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근데 그렇게 분주한 가운데도 갑자기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말하며 뒤돌아서 가만히 서있는 솔이. 솔이의 어깨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었다. 분명 울고 있는 게 분명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많이 아팠던 솔이는 씩씩한 언니라는 칭찬 앞에 울 수가 없었나 보다. 그냥 혼자 아픔도 속상함도 삼키며 4살짜리 꼬마 아기가 뒤돌아 혼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데 뜬금없이 치즈케이크 먹다 코끝이 찡해진다.



나는 나지막이 솔이를 불렀다. 내 목소리를 듣고 나를 보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는 솔이. 나는 솔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미안하다고. 엄마가 마음이 급해서 솔이를 잘 챙기지 못해 그랬다고. 많이 아팠지 라며 솔이를 안아주는데 더 큰소리로 대성통곡을 한다. 등원하는 다른 친구들을 마주치자 더 큰소리로 울어댄다. 조용한 계단으로 자리를 옮겨 나는 솔이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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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는 그런 아이다. 아기처럼 아프면 아프다고 우는 아이가 아니다. 솔이는 벌써,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사는 아이다. 솔이는 씩씩하고 용감한 언니가 된 이후로 완벽한 언니처럼 행동한다. 그러니 자신의 아픔과 부끄러움 또는 수치심을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꽁꽁 숨기고 삭히려고 한다. 솔이를 강하게 키우려고 '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고,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은 더더욱 없는데.




솔이는 그저 내 품 안에 귀여운 아기에 불과한데 솔이는 스스로 그렇게 자라고 있다. 솔이의 자아는 이미 충만하다 못해 이 지구를 벗어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여전히 아이임을 부정할 수 없어 솔이는 그렇게 눈물을 삼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넘어져 다치거나 모기가 물려도 연고도 밴드도 붙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아픈 걸 언급하거나 누군가 아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한다. 다만 나에게는 아기처럼 안겨 울기도 하지만 대체로 솔이는 언제부턴가 불사조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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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렇게 했을 때 누군가는 ' 너 참 씩씩한 아이구나, 또는 너 정말 착한 아이구나' 칭찬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겠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경험. 아이는 사랑과 관심, 그리고 칭찬으로 자라는데 솔이에게는 그게 균형 있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거겠지.



그날 그렇게 우는 솔이를 달래고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운동을 갔다. 운동을 하는 내내 솔이의 울먹이던 뒷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렇게 보드랍고 따뜻한 솔이의 마음을 더 꽉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누구의 엄마도 아닌 솔이의 엄마니, 솔이를 사랑하는 일에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



솔이가 자신에게 더 솔직하고 자신에게 더 깊은 관심을 두고 성장할 수 있도록. : )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은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다 그럴 때라고 ~ 솔이는 그럴 때인데 달링이 섬세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그렇겠지. 내 딸의 마음을 내가 아니면 누가 섬세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 년 차 육아맘으로서 한 가지 분명 해지는 게 있다면 엄마로서의 나 자신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너무 예민한가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 (그래서 이렇게 힘드나) 아니다,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니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확신할 필요가 있다. 그게 내가 원하는 엄마가 되는 가장 빠른 길임을 오늘도 깨닫는다.



이 글을 쓰고, 솔이를 만나러 가는 길엔 더 가벼운 마음으로, 더 깊은 기쁨으로 솔이를 안아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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