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사진첩을 뒤져보니, 솔이는 생후 3개월부터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중지, 약지, 양 손 모두 골고루 그렇게 아주 맛있게 잘 빤다. 지금 35개월이니 솔이 생의 거의 모든 시간 손가락을 빨았다.
지금은 잠결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빨긴 하지만 많이 줄었다. 손가락 빠는 습관 때문에, 한창 걷고 만지고 활동량이 왕성한 시기에는 감기며, 잔병치레도 많이 했다. 그것도 그거지만 손가락을 너무 많이 빨아서 양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겼고, 치과에 갈 때마다 이미 치아가 돌출되고 있다고 빨리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남편과 나는 초반에는 손가락 빠는 게 정상적인 발달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에 때가 되면 그만 하겠지 생각했었다. 영구치가 나기 전엔 6세 이전이 되면 저절로 빠는 습관이 없어지고, 또 빠는 게 아이들의 본능이라고 생각하니 두 발 벗고 나서 습관을 고쳐줄 생각을 안 했다. 솔이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키워보자는 우리 부부의 마음이 같았기 때문에 가능했겠지.
그런데 35개월 아직도 잠결도 쪽쪽쪽 손가락 빠는 솔이는 보고 있노라면 사실 걱정이 든다. 신체적으로 입이 튀어나오거나 손가락에 염증이 생기는 것도 걱정이고 저렇게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빨면서 안정을 찾는 솔이의 심리도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손가락 빠는 습관을 한 번에 없애는 방법도 못 찾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때마다 솔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입이 이렇게 튀어나와 못생겨진다고 겁도 줘봤고, 치과 가서 아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위협도 했다. 그리고 솔이 예쁜 손, 예쁜 치아를 소중히 하자며 구슬려도 봤고 빨고 싶은데 못 참겠으면 엄마 손을 꼭 잡으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어떨 때 하도 안 통해서 화도 내봤고 타일러도 봤고 야단도 쳐봤고, 강제로 못 빨게도 해봤는데 손가락 빠는 저 욕구는 타의에 의해서 절대로 꺾이는 게 아니구나 그 결론만 났다.
다행히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친구들 모습도 보고, 선생님의 도움으로(특히 자기 전에 많이 빠는데, 좋아하는 장난감을 이용해 그 시간을 활용하기) 손가락 빠는 습관이 조금씩 줄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왜 이 글을 적느냐고?
반성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잠을 자다가 솔이 손가락 빠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어찌나 크고 찰지게 빠는지 솔이 손가락이 저러다 없어지는 건 아닐까 겁이 나서 급하게 손가락을 빼줬는데도 온 몸으로 저항하며 또 손가락을 빤다. 나는 급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그리고 잠결에) 솔이 엉덩이를 토닥한다는게 엎드려 있는 솔이 팔꿈치를 탁 쳐버렸다.(토닥토닥하려고 했는지 혼내려고 그랬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 순간 짜증이 밀려왔으니 그건 토닥이 아니었다. 고백합니다 ) 그러고는 솔이가 손가락을 뺏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나의 그 행동만 기억하며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그런다고 손가락을 안 빨 것도 아닌데 나는 왜 화를 낸 건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친구 중에 말을 더듬는 친구가 있었다. 외동아들이 인물도 좋도 나름 귀하게 얻은 아들인데 남들 보기에 바보처럼 말을 더듬으니 그 친구 엄마는 많이 속상해했다. 초등학생인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그런데 친구가 말을 더듬을 때마다 그 친구 엄마는 정말 크게 화를 내고 친구를 다그쳤다.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말하라고!!!!!!!'
마치 친구가 말을 더듬는 게 그 아줌마를 굉장히 화나게 한 것처럼 보였다. 아줌마가 소리칠 때마다 친구는 더 빨리 더 짧게 말을 더듬었고 졸업할 때까지 그 버릇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그때 그 사자처럼 표효하던 그 아줌마 모습 같아 이 글을 적는다. 가끔 부모는 부모의 어리석음으로 아이를 망치기도 하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현상을 문제로 만드는 것처럼.
아이가 자라는 과정은 정말 복잡하고 복잡하다.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껏 살아온 삶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침묵하고 기다려야 함을 느낀다. 그게 솔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이듯이 나 또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나의 부모 성장기도 의미 있길 바라며, 오늘 저녁에 솔이가 손가락을 또 빨면 그냥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안아줘야겠다. (그래도 안 빨면 참 좋겠다. 이쁜 우리 솔이 입 튀어나오면 어쩌지 ㅠ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