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남편이 출장 간 지 3일째,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솔이와 양치질을 하며 나는 칫솔을 집어던졌다. 소리도 질렀다. 그리고 아주 명확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 이렇게 양치할 때 꽤 부리고 양치 안 하면 이빨 다 썩어서 치과 간다고, 아빠처럼 금니 하고 엄마처럼 이빨이 새까맣게 된다고 _ 양치질은 정말 중요한 일이고 매일 꼭 해야 하는 일인데 매일 이럴 거냐고 그러면 엄마 양치 안 시키고 지금 나간다고 _ 너 양치하지 말고 내일 아침에 치과가라고 나도 못해먹겠다고!!!!!!! '
처음에는 설득의 멘트들이었는데 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소리소리치고 칫솔까지 집어던져 버렸다. 그만큼 솔이한테 물건 던지는 건 위험해서 안된다고 해놓고 보란 듯이 욕조에 칫솔을 집어던져 버렸다. 생리할 때가 됐나, 삼일 혼자 독박 육아했다고 머리가 돌아버렸나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이런다고 솔이가 양치질을 매일매일 성실히 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나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솔이라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을 훈육을 그따위로 하다니. 하 ~ 애 처음 키워보는 티가 팍팍 난다. 무튼 육아의 고비는 매 순간 온다.
남편 없이 솔이랑 일주일을 보내기로 한 첫날, 그날은 완벽했다. 운동도 쉬는 날이었고 솔이도 잘 자고 잘 먹고 계속 놀아달라고 했지만 나도 에너지가 있었으니 하루 온종일 둘이서 잘 놀았다. 그날 잠자리에서 솔이는 '엄마가 없을 뻔했는 데 있어서(?) 고마워'라는 말을 하고 잠이 들었다. 근데 그것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그 다음날 부터 솔이는 솔이대로 나는 나대로 삐딱선을 탔고 우리는 뭔가 잘 안 맞나 보다 싶게 티격태격했다. 사이가 안 좋았다. 나는 언제부턴가 솔이를 다 큰애처럼 대하고 있고, 솔이는 그런 내가 서운한지 더 엄마 껌딱지가 되어 애정 애정 사랑해주세요 라고 한다.
그럴 땐 애정 애정 많이 사랑해주면 되는데, 무슨 군기를 잡겠다고 무슨 독립적인 아이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나는 또 이래라저래라 한다. 그러면 솔이는 심통이 나서 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리고,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면 ' 괴물이다 저리 가' 그런다. 나는 괴물엄마가 된 지 좀 됐다. 그렇게 이틀, 삼일 ,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것에 나는 열을 냈다. 욕실에 신발을 안 신고 들어온다고 정색했고, 입고 싶은 옷이 없어서 투정 부리는 걸 혼냈고......
글을 쓰려니 생각조차 안나는 아주 사소한 일로 솔이를 가르치려 들었다. 그 시간에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줄걸.
엄마랑 노는 시간, 즉 엄마의 사랑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모습들. 솔이의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예전에 솔이랑 있을 땐 휴대폰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를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틈만 나면 휴대폰부터 들여다본다. 솔이랑 뭐 하고 놀까 생각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둘째 일찍 안 낳은 걸 후회할 때가 많다. 둘이 같이 놀텐데.
그런데 나흘쯤 되니 남편 없는 이 일주일이 무슨 기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기회인지는 모르겠는데, 오늘처럼 솔이가 일찍 자고 내 시간이 많아지니 이게 기회는 아닐까 하는 이상한 희망이 생긴다. 솔이에게 괴물엄마의 오명을 벗을 기회. 내일은 칫솔 던지지 말고, 장황하게 훈육하지 않고, 더 놀고 싶을 때 집안일 한다고 외면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안 한다고 성질부리지 않고 그냥 솔이가 많이 웃을 수 있게 시간을 보내야겠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 남편이 돌아올 때쯤이면 그럴 수 있겠지. 내일은 더 잘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