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ristmas Party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부활절 달걀이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꼭대기의 별만큼 설레진 않는다.
범세계적 이벤트의 절정은 역시 크리스마스이다. 신앙과는 전혀 상관없다. 오늘이라고 다를 리 없는 우울과 지루함을 내려놓고 그저 흥겹고 싶은 것이다.
고대했던 여행처럼 도착한 당일보다는 하루하루 다가가는 날들로 즐겁다. 예정된 즐거움을 향해 매일 밤 손꼽는 어린이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아드리안 아담스의 <The Christmas Party>는 제목부터 목적지가 또렷하다. 부활절 달걀 그리기를 가업으로 삼고 있는 토끼 가족 애보트 가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경쾌하다.
<The Easter Egg Artist, 1940>의 성공 이후 아담스는 시즌별로 이 토끼 가족을 그려냈다. 동물, 그중에서도 토끼 쪽을 꽉 잡고 있는 비아트릭스 포터나 로버트 로손에 비해 아담스의 토끼들은 좀 더 윤색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찰보다는 낭창한 수다쟁이 같은 매력을 드러낸다. 시즌과는 무관한 <Two Hundred Rabbits, 1968>이 꾸준한 수집가를 보유한 이유일 것이다.
#부활절 토끼 가족의 휴가 https://brunch.co.kr/@flatb201/203
애보트 가의 아들 토끼 ‘올슨’은 이제 어엿한 부활절 달걀 아티스트이다. 시큰둥했던 가업인 부활절 달걀 그리기에 자부심만큼 창작열이 넘친다. 그런데 며칠째 창문 밖 저 어린 토끼들이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직접 준비하고 싶어 하는 어린 토끼들의 부탁이 올슨은 달갑지 않다. 부활절 달걀을 준비하기 위해선 크리스마스는 이중으로 분주하기 때문이다.
스놉시를 비롯한 어린 토끼들의 거듭된 간청에 결국 올슨은 깜짝 파티 준비를 돕기로 한다. 완벽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하지만 쉽게 옮길 수 없자 모두 밀고 당기며 힘을 보탠다. 함께 장식용 달걀을 꼼꼼히 확인한다. 열띤 흥분 위로 흰 눈이 나폴거린다.
크리스마스 이브, 준비해 온 이벤트가 공개되고 모두 키스와 포옹을 나눈다. 산타클로스로 분장까지 한 올슨은 특히 부산하다. 파티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눈부신 겨울 달빛 아래 토끼 가족들은 스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지쳐 잠든, 어제보다 한 뼘쯤 더 성장한 올슨을 바라보며 애보트 부부는 따스하게 미소 짓는다.
<The Christmas Party>의 서사는 꿈과 직업에 관한 고민을 그린 <The Easter Egg Artist>보다 안이하다. 그저 예쁜 크리스마스 이미지들을 그리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게 예상 가능한 결말을 향해간다. 아담스가 풀어놓는 풍광들은 유려하지만 무수한 겨울 동화의 세계에서 특별히 탁월하진 않다.
그럼에도 모든 페이지가 소박한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설렘을 준다.
사실 12월의 미덕에 반드시 교훈이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한 명도 빠짐없이 받을 수 있는 선물 박스 같은 분위기가 12월의 매일을 들뜨게 하는 진짜 선물일 테니까.
@출처/
The Christmas Party, Adrienne Adams, 1978
The Christmas Party (Atheneum,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