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절판 도서-그중에서도 197, 80년대 아동 전집을 주제로 다루다 보니 해당 브런치의 게시물이 특정 우익 사이트에서 무단 도용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표절 사항을 수집한다면서 정작 해당 작성자는 타인의 게시글을 당당하게 짜깁기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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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안이든 모르쇠에 능숙한 일본처럼 과거 국내 출판시장의 표절을 추억으로 옹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던 과거의 역사가 오늘의 책 읽기에 어떤 흐름을 만들었는지, 과거의 오류는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이 브런치의 주제입니다.
심심풀이로 써대는 게시글임에도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작은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취향의 시작, 금성 전집 https://brunch.co.kr/@flatb201/10
#닮은 듯 다른, 금성 전집과 소학관 전집 https://brunch.co.kr/@flatb201/248
#금성 전집-소학관 전집 구성 비교 1-15권(인덱싱) https://brunch.co.kr/@flatb201/245
#금성 전집-소학관 전집 구성 비교 16-30권(인덱싱) https://brunch.co.kr/@flatb201/246
#오래된 책 읽기, 금성 전집 권별 요약을 마치며 https://brunch.co.kr/@flatb201/247
알려진 대로 금성 전집의 원전은 <소년소녀 세계의 문학 カラー版名作全集 少年少女 世界の文学, 小学館>이다. 일본 내에서도 꾸준히 복간 요청이 있어온 소학관 전집은 가장 인기 있던 1978년 판본을 기준으로 전자책이 발행된다. 그러나 전체 수록작 중 일부만 선별되었으며,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이던 일러스트의 복기는 아쉬움의 소리가 높다.
소학관 판본은 인기만큼 여러 배리에이션이 있다. 세계 고전문학이라는 범주 안에서 각각 30권, 55권, 100권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중 30권 판본이 금성 전집의 원전으로 추정된다. <와이드 칼라판 소년소녀 세계명작 ワイドカラー版 少年少女世界の名作, 小学館>으로 분류되는 50권 구성 판본에서 주로 위인전과 좀 더 성인 대상의 고전이 빠진 판본이다. 국내 전집의 경우 일본, 공산권의 작품이 추가로 제외되었다.
때문에 수록분은 소학관의 다른 전집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국내 전집인 <계림문고> 등과 상당수 중복되었다. 또 일부는 <아폴론 시리즈>, <비너스 시리즈>의 부제를 달고 소규모 전집들로 중구난방 수록되었다.
이렇게 재편집된 판본에는 원전의 일러스트와 국내 작가들의 모사작이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원전 이미지를 그대로 모사했지만 완성도가 충실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참여한 국내 작가들이 당시 인지도 높은 중견 삽화가들이었음에도 날림 이미지가 페이지를 꾸렸다. 대표적 케이스일 <비너스 시리즈>, <아폴로 시리즈>는 그래도 주요 이미지들을 꾸역꾸역 채워두었으며 원전에 없는 장면들을 창작해 수록하기도 했다.
기억과 다른 이미지들이 꼭 나이 탓만은 아닌 것이다.
연도별 판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금성 전집의 북 디자인 또한 원전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금성 전집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국내 북디자이너의 섬세한 편집이 입혀져 있다. 북 커버를 벗기면 볼 수 있는 본책의 하드 커버, 목차 디자인, 표제지 등이 대표적이다.
전반적으로 소학관 전집은 핑크 톤, 금성 전집은 그린 톤을 베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별색 커버는 동일하지만 하드커버의 디자인은 다른 형태의 기하학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소학관 전집의 하드커버 디자인이 우키요에 풍이라면 금성 전집은 좀 더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원전의 디자인도 아름답지만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할 금성 전집 북 디자인의 디테일도 무척 아름답고 섬세하다. 안타깝게도 전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관장했을 당시의 북 디자이너들은 이름조차 등재되지 않아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보다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외관상 유사해 보이지만 소학관 커버의 컬러 인덱싱은 수록작들을 국가별로 분류하고 있다. 소학관 구성을 재편집 한 금성 전집은 컬러 인덱싱 역시 제각각으로 섞여있다. 그래서 더 화려한 기억으로 남았는지 모르겠다.
두 전집 모두 여전히 높은 중고가에도 완질을 구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 더스트 커버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완질은 더욱 희소하다. 금박 별색으로 인덱싱 된 고색창연 커버들을 실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한, 일 모두 역자 필진이 대단하다. 소학관 원전의 경우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康成, 나카노 요시오 中野好夫 등 일본 대표 문인들이 번역, 감수했다. 실제 중역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한국의 필진 또한 이원수, 김동리, 김영일, 김준범, 박홍근, 장수철 등 당대의 아동문학가 및 문인들이 번역 및 감수에 참여했다.
소학관 전집에 뿌리를 둔 무단 해적판이라 하더라도 이 감수자들이 인도한 세계문학에 대한 한국식 가이드와 기조만큼은 원전 못지않게 공들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정치, 사회적 영향은 구성과 기조 면에 차이를 불러왔다. 구성 면에서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일본과 러시아 (당시 명칭으론 소련) 편의 수록작들이다. 금성 전집이 국내 발행된 1970년대는 일본 문화개방 전으로 당시 주요 국가 전략이던 반공 세뇌와 더불어 일본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런 국내 정서상 범세계적 비판의식의 쓰보이 사카에만 선별된 것 아닐까 한다.
권별 비교 링크에선 금성 전집에서 편집된 작품들에 한해 원작가를 표기해 두었다.
#금성 전집-소학관 전집 구성 비교 1-15권 https://brunch.co.kr/@flatb201/245
#금성 전집-소학관 전집 구성 비교 16-30권 https://brunch.co.kr/@flatb201/246
시대성의 핑계를 대더라도 무단 도용 출판은 과거 국내 대다수 전집에겐 원죄와도 같다.
트레이싱 질, 화이트 질로 완전히 복붙에 가까운 모조품이 다수이다. 그러나 국가별 정치, 사회, 역사적 차이 속에 이런 해적 출판물들이 복제품으로만 그친 것은 아니다.
금성 전집, 계몽사 전집으로 대표되는 기획 출판은 당대의 국내 창작자들의 성실한 산출물이기도 하다. 감수에 참여한 아동문학가들과 모사와 창작 사이를 오간-혹은 요구받은 삽화가들은 물론, 이름조차 남겨지지 않은 북 디자이너들이 최대 가능한 영역을 찾아내 로컬라이징을 시도한 부분들이 확인된다. 그 과정에서 국내 창작자들의 흐름이 구성되는 토양도 되었다.
미비하지만 처음 떠난 안내자들이 만든 행로만큼은 온전히 당시 국내 창작자들의 공이며 개성이라고 생각한다. 표절, 모사에 대한 책임을 창작자들에게만 따져 물을 수 없다.
저작권 수호와 수익구조 개선, 협력적 영업의 정착만이 온전한 로컬라이징과 창작 흐름을 구현할 것이다.
모두들, 특히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한결같이 후려치기를 행사하는 업계를 보면 비관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출처/
小学館 カラー版名作全集 少年少女 世界の文学 30 (小学館, 1970)
금성 소년소녀 칼라명작 세계문학전집 30권 (금성출판사,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