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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Dec 31. 2019

오래된 책 읽기, 금성 전집 권별 요약을 마치며


모든 몰입에는 주화입마가 도사리고 있다. 살짝 잡아당겼을 뿐인데 끝없이 풀려나가는 털실 같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복기에 이렇게 시간을 쏟았다니. 이 속도면 전집 별 요약은 택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어찌어찌 끝낸 삼십 권의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취향의 시작, 금성 전집 https://brunch.co.kr/@flatb201/10

#닮은 듯 다른, 금성 전집과 소학관 전집 https://brunch.co.kr/@flatb201/248

#오래된 책 읽기, 금성 전집 권별 요약을 마치며 https://brunch.co.kr/@flatb201/247

#금성 전집-소학관 전집 구성 비교 1-15권(인덱싱) https://brunch.co.kr/@flatb201/245

#금성 전집-소학관 전집 구성 비교 16-30권(인덱싱) https://brunch.co.kr/@flatb201/246



실제로 보면 폐지에 가까워지고 있는 오래전 책들을 사람들은 왜 그렇게 아쉬워할까?

어떤 대상에 대한 매료는 수순처럼 물성화된 감각으로 보존해 두고 싶어 진다.

‘책에 관한 책’들, 닮은 듯 다른 타인의 큐레이션은 북클럽 같은 즐거움이 있다. 다채롭게 배열된 책등을 훑는 기쁨을 준다. 내 경우 책 자체, 작품 자체에 집중된 에세이들에서 특히 충족감을 얻었다. 때문에 수집가의 신변, 감흥만으로 도배된 독서노트들은 따분했다. 예쁜 이미지로 도배된 공허한 에세이, 유명세에도 목차만 재미있던 에세이도 많았다.

개인적인 복기를 시작했을 때 책 또는 작품에 집중된 요약노트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이 브런치에 실린 대부분의 절판 도서들은 아래 항목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우선 원작 정보를 충실하게 복기하고자 했다. 소장 여부를 떠나 항상 꼼꼼히 읽는 책들은 아니기에 판본별로 특징이 될 트리비아를 모아두었다. 상세한 묘사가 주요한 작품들은 비교적 자세히 줄거리를 요약해두었다.

아동 대상으로 각색되거나 로컬라이징 되면서 발생한 시대성에 따른 차이점을 분류했다.

미세하게나마 내 목소리가 입혀지게 되면 원작이 품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생각만큼 잘되지는 않았지만 비문을 자제하려 애썼다. 혐오서사나 주입하면서 재치 있는 줄 아는 나무위키 류의 수사를 특히 조심했다.


금성 전집 권별 요약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일러스트레이터’ 정보 수집이었다. 개선되고 있다지만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업적은 여전히 쉽게 휘발되고 착취된다. 어린 시절 책 속 삽화 대다수가 서사만큼의 비중으로 기억되는데도 말이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작가 분류 후 국립중앙도서관, 일본국회도서관, 끝없는 검색 순으로 관련 정보를 모았다. 북 디자이너 정보는 추가로 검색 중인데 일러스트레이터보다도 정보가 전무하다.

저런 기준으로 쓰다 보니 게시글마다 요약노트라기엔 길고 긴 글이 되었다. 긴 글을 써보니 좋은 작가들이란 매력과 별개로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어렴풋하게나마 소위 원고 노동자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맞춤법을 떠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는 완성형 문장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깨우침만을 남기려 책을 읽을 리 없다. 온전한 독서는 오히려 쾌락에 가깝다.

성인이 된 후 다시 읽기를 통한 발견은 어린 시절의 마구잡이식 독서만큼 쾌락적이었다. 책들의 수만큼 다양한 즐거움이 존재했지만 씁쓸한 순간은 한결같았다. 이 책들이 바스러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차별과 혐오서사를 목격했을 때였다.

분명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들이 있다. 그러나 시대에서 무결할 고전은 없다. 충만한 쾌락, 온전한 각성 어느 쪽이든 시대성에 따른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매력에도 개선이 불가한 고전들의 문제점이 함께 지적되어야 한다. 한계에도 그런 질문을 던진 혹은 품게 하는 작품들이 고전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오래된 책을 돌아보며 새삼스럽게 확인한 책 읽기의 행로이다.





@출처/

小学館 カラー版名作全集 少年少女 世界の文学 30 (小学館, 1970)

금성 소년소녀 칼라명작 세계문학전집 30권 (금성출판사,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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