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아기는 입양이 안되나요?

베이비박스에 대한 여섯 살 아이의 관점

by 플랫필로우

우리집 아이들은 4세 6세의 어린 유아들인데 같은 나이의 자녀에게 한글떼기, 숫자 익히기 등에 힘을 쏟는 엄마들이 정말 많다. 우리 여섯 살 아이 유치원에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우리집 아이만 한글 공부를 안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나는 그 대신, 아침에 일어나서 "안녕히 주무셨어요"인사하기, 식사 후 바로 양치질 하기, 어린이집 가방 스스로 싸기 등 생활 습관 기르기에 힘쏟고 있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밥 숟가락도 혼자 스스로 뜨지 않는 아이가 공부를 스스로 할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지식을 습득시키는 방식의 학습 시키기 대신 그나마 내가 택한 교육적인 놀이는 까막눈이 아가들에게 그림책 많이 보여주고 읽어주기, 다양한 주제로 대화 많이 나누기이다.


몇일 전에도 여러 가지 주제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문에 베이비박스 관련 내용이 나오자 글을 모르지만 신문에 그려진 관련 사진을 보더니 아이들이 물었다. "여기 왜 아기들 그림이 있어요? 무슨 내용의 뉴스예요?" 하고 말이다.


"베이비박스에 관한 기사야"라고 내가 답하자. "베이비박스요? 엄마, 베이비박스가 뭐예요?".


'아기를 버린다'는 다소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을 어린 유아들 앞에서 쓸 수도 없기에 나는 베이비박스가 무엇인지 대답해주기 조금 난감했고 이 아이들이 이 내용을 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같이 대화해보기로 했다.


"응, 베이비박스는 말 그대로 아기상자라는건데 아기를 낳고 나서 키울 수 없는 엄마 아빠가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며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엄마 아빠처럼 잘 돌봐줄 수 있는 곳에 보내달라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데려다놓는 장소를 베이비박스라고 불러. 그 곳에서 아기들을 돌봐주는 선생님들이 돌봐주시다가 아기를 데려가서 엄마 아빠가 되어서 키우고 싶은 분들한테 아기들이 가게 되는거야. 그걸 입양이라고 해".


내 대답을 듣자 네 살 여섯 살 두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몇 십초 동안 아무 말이 없더니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첫째가 물었다. "그러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엄마는 왜 아기를 못 돌봐줘요? 아기를 싫어해서요?".


"아기를 낳자마자 엄마가 너무 아파서 아기를 돌봐줄 수 없거나, 아기를 낳아도 아기에게 줄 우유를 살 돈이 부족하거나, 아기를 낳으면 안 되는데 낳게 되어서 혼자 아기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서 그래. 아기를 너무 사랑하지만".


이렇게 대답하니 아이들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첫째가 다시 물었다. "엄마,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어요. 만약에 인기 없는 아기는 어떻게 돼요?".


아이의 질문에 이번에는 내가 깜짝 놀랐다.


"인기 없는 아기? 아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아기를 말하는거지? 응 그런 경우에는 보육원이라는 시설에 보내지는데 엄마 아빠 대신 돌봐줄 선생님들이 모여 계시는 곳이고, 그 곳에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학교도 다니고 할 수 있어".


어린 유아의 시각이자, 표현이지만 '인기 없는 아기'라는 말이 몇 일동안 내 머릿 속에 잔상이 남았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주제로 네 살 여섯 살 우리 아이들과 이렇게 깊은 대화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내가 대답을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이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 속에 가치관이라는 이름으로 생각이 굳어질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최대한 편협적인 내 가치관을 주입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생각이 그 아이들의 머릿 속에 한 쪽에 치우친 생각으로 자리잡을까봐 너무 무섭다. 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어렵다는 걸 실감한 하루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교 생활을 하고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해가며 스스로 가치관 정립을 해가겠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커갈수록 종교,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해갈텐데 엄마인 나도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가야겠다.



화면 캡처 2024-12-12 0952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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