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다 된 나이에 결혼하고 늦은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는동안 나는 내가 뭘 신고 뭘 입고 다니는지 생각도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몸무게나 몸상태가 예전과 다르니 살 빼면 입어야지, 살 빼면 사야지 하는 마음이 6년이나 이어져왔다.
최근에 출산우울증이 끝나고 나서 내 자신을 드디어 되돌아보게 되었다. 거울 속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양말이 형편없었다 정말로.
남편이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라 우리집 양말서랍에는 4살 6살 우리집 유아들 양말을 제외하고 어른 양말은 검정색 긴 정장양말밖에 없기에 내 발에도 어김없이 남편의 검정색 정장 양말이 신겨 있던거다.
이걸 왜 내가 인지하지 못했지?
아기 둘 키우는 게 여간 스트레스긴 했나보다. 양말은 패션의 완성이라는데 난 패션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꽝이다 꽝.
결혼 전에는 나름 옷차림에 관심이 많아서 베레모만 10개가 넘을 정도로 멋을 부리고 다닌 세월도 있었던 거 같은데.
친구들과 동대문 시장에 구경을 간 적이 있는데 친구들은 유행하는 니트, 가방 등 특이하고 예쁜 유행아이템을사는데 나만 흰 양말, 팬티같은 기본 아이템을 샀다. 이 때 내가 깨달은거다.
아 내가 아기 둘 키우는 6년동안 속옷이랑 양말, 옷을 하나도 사지 않았구나.
내가 결혼을 하기 전에는 이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는 결혼하고 남편, 아이를 위해 내 자신을 버리지 않겠다 하고 말이다. 남편 옷, 아이들 옷을 사기 전에 내 옷을 이쁜 거 하나 사고 나서 그 다음 남편과 아이들을 챙길거야 하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우리 친정 엄마는 다행히도 품행이 단정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계신 분이라 나처럼 지지리 궁상을 떠는 주부가 아니다. 엄마가 화장도 안하고 편한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 차림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걸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그나마 그런 멋쟁이 엄마 밑에서 자란 덕분에 내 양말과 속옷은 사지 않았지만 가정주부가 된 지금도 커리어우먼처럼 아기들 어린이집, 유치원에 데려다주거나 데리러갈 때 옷장에 걸린 내 옷 중에 가장 깔끔하고 단정한 옷을 골라입고 화장도 간단히라도 꼭 하고 나간다. 뭘 사지 않았을 뿐.
이렇게라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내 자신이 기특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구멍난 팬티와 남편의 검정색 정장 양말은 너무하잖아.
엄마가 근처에 사셨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는 서울, 친정엄마는 부산에 사시니 딸래미가 이 꼴을 하고 사는 걸 들키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 엄마는 세계 최고 잔소리 대마왕이니까.
내가 아가 둘을 낳고 키운 이후로 첫째 아이가 6살이 된 지금이라도 내 꼴을 자각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정신차리고 출산 살도 빼고 재정비하는 내년이 되길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