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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Feb 11. 2019

30대 중반의 백수일기 (12)

행복하게 사는 삶

문득문득 화가 날 때가 있다. 지금 누가 나를 화나게 해서 난 화가 아니라, 일전에 나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말도 안 되는 말들과 행동들로 나를 괴롭혔던 일이 떠올라서 나는 화다. 나는 이런 화가 올라올 때마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지만 나약한 인간이라 그런지 매번 감정에 끌려다닌다. 두고두고 오징어 씹듯이 그 기억을 가지고 와서 씹어댄다. 어제오늘 몸살이 오는지 너무 춥고 소화도 안되고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오늘 스쿼시 레슨도 못 갔다. 스쿼시 레슨은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는데 정말 컨디션이 안 좋았다. 하루 종일 전기장판을 헤매며 그 잡생각이 또 떠올라 하루 종일 인상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내 병을 키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내 병을 키우고 있다... 정말 이런 머저리!


타이레놀을 먹고 전기장판에 등을 지지며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좀 좋아졌다. 그래서 오후에 집 앞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갔다. 그런데 또, 내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둔 장독에 30년 이상 쌓인 묵은지 같은 화가 올라온다. 사실 30년은 오버고 작년에 뭍은 화다. 화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참고 묻었는데 때마다 장독을 열어서 들여다본다. 내 화가 잘 익어가고 있나.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구글에 “심리학에서 화”라고 검색을 했다. 심리학에서는 화를 어떻게 다스리는지 궁금했다. 좋은 책이 검색되면 사서 읽을 요량이었다.


TED에서 마틴 셀리그먼 교수 (출처 : 유튜브 TED 채널)


검색된 내용 중에 TED 강의 중 2004년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 교수가 강의한 “긍정심리학을 말하다”라는 동영상이 하나 검색됐다. 나는 평소에도 TED 강의를 보곤 한다. 가볍게 보기 좋기도 하고, 보다 보면 몰입할만한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셀리그먼 교수는 심리학에서 행복해지는 11번째 요소에 대해서 말했다.


불행을 피하면 행복해진다


셀리그먼 교수가 강의한 내용은 위의 한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근데 과연 그럴까? 불행을 피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 불행의 여집합이 행복일까? 나는 이 두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 명제는 그럴싸했다. 셀리그먼 교수도 한 때는 나와, 우리와 같이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론은 아니었다. 셀리그먼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할 때 화를 덜나게 하고 많이 웃게 하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에 집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의 불행을 피하는 것이었고, 행복도를 올리는데 도움은 되지만 행복해지는 궁극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극도로 불행을 느끼는 그룹과 행복을 느끼는 그룹을 연구한 결과, 행복을 유지하는 3가지 요소 발견했다.


1. 일이나 가정, 육아 등 어떠한 것과 관계성을 가질 때(사회적인 관계)
2. 강점을 살려 몰입할 때
3. 사회적인 또는 개인적인 의미 있는 행동, 일을 할 때


이 세 가지가 개인의 행복도를 올리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내가 애널리스트로 돈을 버는데 탁월한 강점이 있다면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9시부터 장 마감시간인 15시 20분까지 나는 완전히 몰입해 나의 시계는 그동안 멈춘다는 것이다. 시간을 이탈해 오직 그 부분에 몰입할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는 논리이다.



“화”라는 것에서 시작해 행복까지 왔다. 셀리그먼 교수의 동영상을 보고 이 글을 적으면서 묵은지 같은 화는 가라앉았다. 화를 누르는 것보다 몰입해서 행복도를 키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1번은 지금은 백수이니 일과의 관계성을 갖기는 어렵지만 사회성을 넓혀가면 행복도를 올릴 수 있다. 2번은 기술사 공부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니까 더 몰입하는 노력을 하면 될 것 같고, 3번은 대학원을 다니면서 그만두었던 월드비전 번역 봉사를 다시 신청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기다리던 것이었는데 마침 모집 중이어서 반가웠다.


아직도 많이 어리다. 나이 서른넷이 되었어도 아직도 많이 어린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널뛰는 마음을 다스리기 바쁘고 어지러운 마음에 무릎 꿇는 내 모습이 싫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쓰럽기도 하다. 어쨌든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삶 아닌가. 언제 또 널 뛰어서 빌빌거릴지 모르지만 오늘도 꾸준히 가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우리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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