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는 가늘고 길게
책육아를 처음 알게 된 양육자는 마음이 급해진다. 하루라도 빨리 책에 노출해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전집 찾기와 구매에 열정을 불사른다.
하지만 아이 역시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꾸준히 책을 사서 넣어주고 열심히 읽어주면 확실히 아이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열정적인 엄마의 노력과 아이의 반응에 힘입어 책육아는 순항한다.
하지만 어느 일과도 마찬가지로 권태기가 찾아온다.
조금씩 환경이 변화되기도 하고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서 책육아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권태기가 오는 시기는 각자 다를 수 있다.
책육아 권태기라 함은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횟수가 줄어듦에 따라서 양육자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초반만큼의 양육자가 열정을 가지기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만 하면 뭐든 다 할 수 있겠다는 초반의 마음은 온 데 간데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식의 권태감이 찾아온다.
어떻게 권태를 이겨낼 수 있을까?
책육아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나 생각해 보자.
시간에 비해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결과를 바라진 않았나?
아이가 똑똑해져서 천재, 영재 소리를 듣기를 바란 건 아닌가?
아이와 함께 책을 즐기며 느낀 것이 아니라 마치 공부하듯, 어떠한 의무감으로 책을 읽고 있진 않은가?
전집 전체를 다 읽어야 된다는 본전 생각, 편독하지 않고 골고루 읽어야 한다는 엄마만의 생각을 갖고 있진 않나?
중고 전집을 사다 보면 한 권 한 권마다 스티커가 붙여진 책들을 보게 된다. 어떤 책은 스티커가 3개, 어떤 책은 1개.. 아마도 아이가 이 책을 몇 번이나 회독했는지 엄마가 표시하기 위해서 스티커를 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60권이 넘는 전집을 사서 들이면 아이는 자기 취향의 책만 몇 권 골라 반복해서 본다.
60권 전체를 골고루 다 읽기를 바라는 건 엄마의 기대일 뿐.
60권 중에 10권밖에 보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려면 중고로 사면된다. 본전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싸기 때문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읽지 않은 책은 집안 곳곳에 비치해 두거나 잠자리 독서 때 슬쩍 읽어주면 1번 이상은 읽게 되어 있다.
몇 십 권의 전집을 매달 들이다 보면 엄마도 아이도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땐 쉬어가는 달로 영어책만 단 권으로 10권 정도만 구매해 보자.
플랩북이나 놀이북도 좋고 아이의 흥미도 끌만한 주제로.
하지만 이게 주가 되어서는 안 되고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만 재미로 들여 주자.
미처 못 읽고 쌓였던 전집을 소화시키는 시간도 되고, 아이도 책에 대한 재미를 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