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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v 헤글러

by 손명찬

수업을 빼먹고도 뿌듯하기만 하던 날이었다.

슈거 레이 레너드와 마빈 헤글러가 한판 붙는다니!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세기의 대결을 놓칠 수 없었다.



과 친구들과 TV중계를 보기 위해 선택한 곳은

학교 근처의 유명한 음악다방이었다.

전성기의 레너드 동작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남자들의 수다가 이어졌다.

음악다방이니 좋아하는 팝송을 신청해가며 떠들었다.

오래 앉아있다 보니 모두들 배가 고팠다.

어디 몰려가서 뭘 사먹기도 용돈들이 넉넉지 않았다.



그때 한 친구가 탁자 위의 설탕과 프림을 옆차에

걸쭉하게 타더니 쭈욱 들이켰다.

그러자 다들 아무 말 없이 따라하고는

주인이 눈치 채기 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

느끼하기만 했다.

그날이후 다시는 그래본 적이 없다.

단 한 번으로 충분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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