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시작

by 손명찬


마무리 된 일들,

마무리 되었다고 충분히 인정한 일들은, 세월이 지나면 액자가 되어 잘 보이는 책상 위에 하나, 꽉 막힌 벽 위에 하나 걸립니다.


멋지게 그려진 그림 같습니다.

그림을 볼 때마다 그쪽으로 문이 열리고, 다리가 생기고, 산책로가 열립니다. 고맙고 다행이어서 마음 아늑해집니다.


마무리 안 된 채로 지나간 일들,

어쩌면 모른 체한 것에 가까운 일들은, 세월이 지나면 그림자가 되어 어둠의 이유를 뒤늦게라도 가르치려고 두고두고 마음에 걸립니다.


책장 속의 오래된 노트 같습니다.

내가 써놓고도 그때의 마음을 몰라 무슨 뜻으로 썼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앞뒤로 몇 줄 붙여보다가 그만 나를 용서하기로 합니다.


*

그리움이란 늘 이런 식입니다.

앞뒤가 없습니다.

좋게 생각하려 해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오늘도, 마무리가 되지 않습니다.

마무리 됐다고 믿는 것조차도 자신이 없어집니다.

밑도 끝도 없이, 늘 여기가 시작입니다.

자, 어떻게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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