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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Feb 07. 2020

출구를 생각하다


출퇴근 할 때마다 긴 터널을 지나간다. 가끔씩 터널이 동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히 동굴은 아니다. 터널과 동굴의 차이는, 출구가 어디쯤 있는지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 정도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출구가 어딘지 알기에 머뭇거림 없이 터널로 들어서고 거침없이 출구를 향해 달려간다. 지금 얘기는 플라톤을 빌려 이데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동굴 안과 밖의 진실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인생에서 터널이 비유하는 바를 설명하려는 것도 아니다.


안팎의 명암이나 공간적 의미와 상관없이 그냥 그대로의 출구만을 생각해 본다. 터널 끝까지 달려가 시원하게 휙, 통과하게 될 출구. 그와 비슷하게 삶의 출구를 생각한다. 일들 가운데의 출구를 생각한다. 사람 사이의 출구를 생각한다.

내 소망과  욕구의 출구를 생각한다. 내가 통과하는 모든 것을 생각한다. 또 나를 지나가는 모든 것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내가 터널이 되어 이 세상에서 어느  출구가 되는 생각에 이내 가슴이 뛴다. 그리고 이 마음을 그대로 끌고 가 하루를 살아 내기를 꿈꾼다.  


*

누군가에게 출구가 되는 삶이란 얼마나 멋진가 하는 지당한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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