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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Jan 04. 2016

눈사람 이야기

어른을 위한 우화


겨울 눈사람이

만면의 미소에 배까지 쑥 내밀고 자신감을 갖게 된 건 제철 만난 까닭만은 아니다. 뭉쳐지기 전부터 이미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늘이 고향인 것들 중에 꽃 마냥 ‘송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것들이 있던가.       



눈사람은

마땅한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안다. 사랑을 핑계 삼아 은근슬쩍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녹아내릴까 두려워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의 집 앞까지 찾아간 눈들이 모여 만들어진 눈사람에게 그 집 앞이란 얼마나 큰 의미인가.     



그래서 눈사람의 속은

당신이 깜짝 놀랄 정도로 따뜻하다. 사랑으로 속이 든든해지면 밖의 추위에는 점점 더 단단해진다. 눈사람뿐이랴. 사람의 사랑도 그런 것이다. 누군가 주는 순간 작동하는 기적, 누군가 받는 순간 갖게 되는 자신감의 뿌리.       



눈사람에게는 소원이 있다.

방문의 계절이 끝나는 순간 사랑의 불덩이를 품고 녹아내리며 돌아가는 것이다. 겉이 아니라 속부터 녹기 시작함으로써 속을 비워내며 녹는 것조차 평화로운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면 아쉬움도 여한도 없는 것이다.     



눈을 뭉쳐 본 것은

사람이 처음 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겨울 들판에서 눈보라가 이리저리 구르다가 뭉쳐진 것을 원조 눈사람이라고 하는 얘기도 아니다. 눈덩이 위에 사람 손의 체온이 더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눈사람’이라고 부른다.           



당신 사랑도 다를 수 없어요.

많이 베풀며 사는 올해 남은 나날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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