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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

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12

by 도또리

월요일.

우리는 법원에서 만났다.

나는 다 필요 없으니 친권, 양육권만 달라고 했다.

그리고 면접교섭권은 아이가 보고 싶을 땐

언제나, 얼마든지 만나도 된다고.

그리고 제발 아이를 보러 많이 와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합의 이혼으로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끝을 내고 싶었다.

남편도 내 제안이 나쁘지 않은 듯했고,

우린 그렇게 합의이혼을 하기로 했다.


합의이혼을 하려면 미성년자녀가 있는 부모는 법원에서 영상을 시청해야 했다.

정해진 시간이 하루에 두 번 있어서 오후 4시에 보기로 하고 같이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영상시청하는 장소로 가서 의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았다.

같은 공간에 10쌍정도 되는 부부들이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의자를 한개 두개씩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아있었다.


마치 옆에 앉으면 병이라도 옮을 것 처럼.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단 한마디의 대화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곳에서

모두 침묵을 지키며 기다렸다.


그렇게 영상이 시작되었고

영상을 보던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법원에 데리고 오지 않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나의 아이를 떠올리며 가슴아프고

또 배우자와 아이랑 함께 웃고 행복했던 찰나의 순간들도 떠올리면서 상대를 싫어하는 마음과 어느 정도의 애정사이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아니었을까.


애증의 관계.


아직 이혼이 마무리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애정과 증오가 한데 뒤섞여 똘똘 뭉쳐서 서로를 미워하다가도 행복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는 그런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혼하려고 했다가도 다시 잘 살기로 노력해보는 부부들도 있는 거겠지.


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영상이 끝났다.


미성년자녀가 있는 우리에게 3개월의 이혼숙려기간이 주어졌다.


그렇게 남편은 제주도로 다시 떠났고,

나는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마음은 이상했다.

이젠 정말 끝을 내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자책도 함께 했다.


나는 그렇게 아주 얇은 여러 겹의 층으로 쌓인 페이스트리 같은 우리의 결혼생활을 한 겹, 두 겹씩 들추며 계속 들여 보았다.


이제는 찾아봤자 아무런 의미조차 없을 이유 따위가 궁금했다.


나는 당신에게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는데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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