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2
공황발작이 온 건 아이가 3살이던 해의 12월 어느 새벽이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쯤 올 거냐고 물었더니 기다리지 말고 자라며 짜증을 내서 남편에게 나는 결국 화를 냈다.
언제쯤 오는지는 말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
걱정이 돼서 잠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큰 목소리로 화를 내는 남편의 비난이 담긴 말들뿐이었다.
쏟아내는 그 말들을 듣다가 갑자기 숨이 막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숨 쉬는 법을 잊은 것처럼.
숨을 들이마시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정말이지 꼭 죽을 것만 같았다.
그냥 집이라는 이 공간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방에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3살 아이를 업고는 미친 사람처럼 외투도 걸치지 않고 자동차 키만 챙겨 잠옷을 입은 채 그대로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새벽 공기를 잊을 수가 없다.
차가웠다. 너무 차가웠는데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집보다도 추운 겨울 새벽의 아파트 주차장이 나에게 훨씬 더 안락함을 주었다.
여전히 숨이 가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덜덜 떨면서 친정으로 향했다.
나보다 더 숨죽여 울, 나보다 더 가슴이 찢어질 부모님에게로.
눈치 없게도 그 순간엔 그저 살고 싶었다.
나의 두 번째 목숨과도 같은 이 아이랑 지독하게도 살아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