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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3

by 도또리

그날 이후 편은 나에게 정신병이라고 했다.

나는 반박했다.

이렇게 사는데 어느 누가 제정신으로 살 수 있겠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병원에 가보라는 거였다.

둘 중 누가 문제인지 병원에 가서 물어보라고.


정말 이 사람으로 인해 내가 고장이 난 걸까.

무섭고 두렵고 막막했다.

처음엔 우리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정신과를 방문했다.

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시던 나이가 지긋한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는 정말 큰 위로가 됐다.


"원래 정신과에 와서 치료받아야 할 사람은 안 오고 그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와요."


내가 겪은 그 날밤 공황발작은 한 번이었고 처음 겪은 거라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남편을 데리고 올 수 있겠냐고, 꼭 데리고 오라고 했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남편에게 제발 같이 좀 가보자며 일주일을 조르고 졸랐다. 같이 잘 살아보려면 가보자며.

그렇게 일주일 뒤 함께 가서 남편은 홀로 진료실에 들어갔고 한참 뒤에 나와 약은 필요 없으니 가자고 해서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어떻게 됐냐고 물었더니 알코올중독치료센터를 권했다고.

마음대로 안되지 않냐며 약도 처방하겠다고.

그런데 그걸 뿌리치고 나와서는 나에게 큰 소리로 자기는 알코올중독이 아니라고 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돌팔이라고.


그런 사람에게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실망감조차도 들지 않았다.

포기했다. 나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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