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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송이 Oct 31. 2024

엄마와 아기의 처음 사랑

사랑하는 아기와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

아가야 그거 아니?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너와의 시간을 말이야.


회갈색빛 눈동자와 맑고 투명한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움이 깊어 헤어 나오는데 한참 걸린단다.


오뚝한 콧대는 할아버지와 아빠를 꼭 닮았어. 울 때 커다래지는 콧구멍은 동그랗더라. 그건 엄마!


아기 숨냄새와 새근 새근 호흡 소리는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네.


뽀얗고 촉촉하고 보드라운 볼살은 보고 있으면 두드려보게 돼. 자꾸 볼 비벼서 미안. 선홍색 입술도 정말 정말 귀여워. 입을 위아래로 벌려 하품하는 모습도 여전해.


치우침 없이 동그란 머리 모양에 얇은 머리카락은 따뜻하고 느낌이 좋아서 계속 쓰다듬고 싶고. 여기저기 두드리는 작고 부드러운 손바닥은 거칠지만 사랑스러워.


완두콩처럼 동그란 발가락은 엄마 발을 꼭 닮았지. 있는 대로 힘을 주고 일어서면 보이는 통통한 허벅지와 튼실한 종아리, 귀여운 엉덩이.


그중에서도 기분 좋을 때 웃는 해맑은 얼굴이 가장 예쁘단다.


착 붙어 안겨있을 때. 손으로 몸 어딘가를 꼭 붙들고 있을 때 엄마 품이 안전하고 포근하게 느껴졌음 해. 그래서 더 꼭 안아주고 있단다.


품에 안겨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하면 '이제 엄마 여기. 아빠 저기. 하며 곧 보고 싶은 게, 가고 싶은 데가 많아지겠지?'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해.


아직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서로 표현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아주기로 하자.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짓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지금처럼 말이야.


바다가 자라고 엄마가 나이 들며 점점 말이 통하지 않고, 관심도 달라지겠지? 몇 살쯤 일까. 그때마다 이 편지를 기억할게.


우리가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던 사랑의 모양을. 우리의 처음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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