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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의 소소한 기쁨

커피와 베이글

by 정민유


토요일 아침 7시 반

눈을 떠보니 밤새 눈이 왔는지 창밖이 하얗다.

주말이지만 상담이 연달아 4 케이스가 있어서인지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다.

남편은 금요일 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지 아직도 한참 꿈나라에 있다.


슬슬 배가 고프다.

뭘 먹지? 저번에 여동생과 먹었던 스벅의 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이 생각났다.

'그래 스벅에 가자 '

세수도 안 한 얼굴에 청바지에 연노란색 후드티만 걸치고 2층 스벅으로 향했다.

그때 "딩동" 문자가 왔다.

10시 내담자의 상담 취소 문자였다.

' 더 느긋하게 주말 아침의 여유를 누려도 되겠구나' 내심 기뻐하며 창가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옆좌석엔 3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메모 중이다. 좀 전까진 열심히 책을 읽으시더니...

호기심이 발동해서 책 제목을 슬쩍 훔쳐보았다.

'리버리지'였다.

검색해보니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이네.

저분은 꼭 부자가 되실 것 같다.


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과 커피가 나와서 먹는데 지난번보다는 감동이 덜 했다.

더 따뜻했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아까 그냥 안 데워서 나왔길래 데워달라고 했더니 아르바이트하시는 분 표정이 좀 귀찮아하는 느낌이더니...


눈앞에 용산역 광장이 펼쳐져 있다.

공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리비리한 나무들이 초라하게 서 있다. 오늘따라 더 추워 보인다.


스벅은 정말 음악 선정이 탁월하구나.

강렬한 재즈 선율이 마음까지 들뜨게 만든다. 재즈란 음악은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나 보다.

재즈를 사랑한다.

연말의 스벅은 가장 연말스럽다.

음악이 주는 분위기에 풍덩 빠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움을 느낀다.

'아... 행복하다'


역시 눈 뜨자마자 스벅으로 온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이제 남은 커피와 남은 베이글을 포장해서 날 기다리고 있을(?) 남편에게 가야 할 시간이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졸린 듯 나를 쳐다보며

"어디 갔었어?" 한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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