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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Feb 17. 2024

책 쓰기 또 멈춤

여동생이 떠난 지 10일이 흘렀다


연재 브런치북 3장을 쓰고 3주가 흘렀다. 내일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더니..


그 사이에 난 여동생의 죽음이란 엄청난 사건을 겪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내 앞에서 벌어지는 동안 난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동생이 하늘나라로 간지 이제 겨우 10일이 지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하루하루 알아가는 중이다.


어떤 날은 아무렇지도 않게 글쓰기 모임에 가서 담담하게 경험한 일들을 얘기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또 어떤 날은 아침부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슬픔이 차올라 여차하면 눈물바다가 될 것 같아 마음을 다스리게 된다.


또 어떤 날은 동생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숨이 안 쉬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신경안정제를 먹고 잠이 든다.


또 어떤 날은 동생의 아들과 여자친구를 만나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맛난 점심을 먹는다. 마치 동생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듯이.


슬프면 슬픈 대로 아무렇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대로 마음은 힘들다. 가슴 절절하게 눈물이 나다가도 맛난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내가 좀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닌가? 느껴질 때도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그날의 기분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 불쑥 어떤 생각이 떠올라 다시 슬픔의 바다로 빠져들지 예측하기 힘들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에 순응하는 수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사별 후 애도 모임에도 가입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끼리의 온라인 모임이다. 누군가 내 마음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마음을 털어놓고 싶다는 마음에서.

부모님의 죽음, 형제, 자매의 죽음, 남편의 죽음등 각자 힘든 상처들을 한 짐 지고 계신 분들을 만났다.

역시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공감대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저께부터 다시 상담도 하고 있다. 하지만 책 쓰기를 할 에너지는 없다. 글을 쓰려면 깊이 생각하고 몰입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동생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더 큰 과제를 안고 있으니까.

책 쓰기는 또 일시정지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나를 다루어가실 주님을 기대한다. 인생의 굴곡과 고통의 시간을 통해 주님과 더 친밀하게 된 경험이 있기에, 서두르지 않고 기대하게 된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주님이시기에 내 삶의 모든 것을 그분께 의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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