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쓰기 1장 이혼하다와 2장 취업하다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드디어 3장 사랑하다의 소제목을 다듬으며 2년 전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던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2년이란 시간 동안 나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는지 그때의 글들은 뭔가 엉성하고 어설프다.
남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에피소드 위주로 쓰인 글들. 1장, 2장과 뭔가 결이 달랐다. 재미있긴 한 것 같은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이 글들을 어떻게 손봐야 할지...
머릿속에서 글에 대한 생각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노트북에 앉아서 퇴고하는 건 미루고 미뤘다.
3장 사랑하다는 내가 쓰는 책의 가장 비중을 두고 싶은 부분이었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사랑을 주제로 쓰는 글이기에, 잘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니 오히려 힘이 들어가고 부담이 되는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난 성격이 급하다. 그래서 글도 후루룩 생각나는 대로 쓰는 편이다. 그렇게 초고 쓰기는 나에게 어렵지 않은 부분이다. 30분이면 글 한 편을 쓸 수 있다. 하지만 퇴고는 초고를 고치고 다듬고, 또 생각하고 고치고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야만 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책 쓰기를 포기할 건가? 물론 그건 아니다. 포기하지 않으려고 브런치북 연재도 시작한 거 아닌가? 1화를 발행하고 2주가 지나도록 2화를 쓰지 못했다.
오늘은 아무 스케줄이 없는 날이었다. 각 잡고 3장 원고 퇴고와 연재 브런치 글쓰기까지 하려고 마음먹었다. 아침부터 노트북을 켜고 소제목 13에서 16까지 열심히 다듬었다.
13. 55세 이혼녀와 50세 총각의 운명적 만남
14.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
15. 내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
16. 또 하나의 인연, 고양이 딤섬이
참고 서적의 중요한 문구도 첨가하고 가볍게 썼던 에피소드에서 조금 더 깊은 사유를 끌어내 보고자 하면서 썼다. 처음보단 훨씬 나아졌다.
역시 퇴고가 중요하구나. 3시간 정도 노트북을 뚫어지게 봤더니 눈이 빠지는 것처럼 아팠고 배도 고파졌다.
'일단 점심을 먹자'
황탯국을 끓이고 김치볶음을 만들었다. 혼자 먹는 점심도 꿀맛이다. 정신적 노동도 에너지 소모가 많은가 보다.
커피를 마시고 미뤄두었던 연재 브런치북 2화를 쓰기 시작했다. 글이 잘 풀리니 브런치 글도 쉽게 써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