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그 날의 향기가 난다.
언제 어느 시점의 이야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스치듯 지나간 시간 중 되돌아가고 싶은
한 순간의 향일 것이다.
가을과 겨울 그 사이 어디 즈음.
공기 속에 가득 담겨있는 가을은
향수(鄕愁)를 불러일으켜 코끝을 자극한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겠지.
그저 그런 마음이 있었겠지.
단언하지 못하는 짐작만으로
정신과 마음이 한달음에 소환된다.
설레는 추억 향은 가을을 거쳐 겨울을 걸어간다.
첫 번째 골목에서는 짙은 향수(香水) 향으로
두 번째 골목에서는 은은한 꽃향으로
골목을 돌고 돌 때마다 농도가 강약을 조절한다.
기쁨의 순간보다 아픔의 순간의 향이 더 짙다.
향에 취한 몸을 가누고 한 번의 들숨과 날숨에
순간을 마주한다.
어느 골목길에 나를 놓아둔 것은 소소한 보상일 것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수많은 시간들에 대한.
어느 날 퇴근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온 순간, 언젠가 맡아 보았던 공기의 향이 느껴졌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집. 그날은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 싫어 동네를 걷고 또 걸었다.
'이 향을 언제 맡아봤지. 맞다, 스무살 친구들과 놀던 날이구나', '그 때도 참 이런 향이 났었지.'
사실, 그저 밤에 느껴지는 향일 수도 늘 맡던 흔한 향일 수도 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가 다르게 느낀건 아닐까. 하지만 그날은 그 향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