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 「궁금한 일」 -박수근의 그림에서’ 라는 시 중 한 구절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뭉클 솟아오르는 그 정체를 차갑게 밀어 넣고, 정제된 슬픔의 절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박수근 화백이 술을 마시러 외출할 때면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 개어 놓았다고 하는데, 그 빨래를 개는 손이 무척 커다랗다고, 그 커다란 손 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 거렸을 햇빛이며, 그가 빨래를 개며 들었을 뻐꾸기소리 같은 것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인이 궁금한 것은 그가 가져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돌아오는지, 저녁이 되어 돌아오는지, 가을이 되어 돌아오는지, 궁금한 일은 다 슬픈 일들이라고 말한다.
일상은 끝없이 이어진 벌판을 달리는 기차처럼, 그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처럼 그렇게 무심히 지나간다. 한 번 스쳐 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허무와 시간의 안타까움에 누군가는 눈을 부릅뜨고 머리에 가슴에 그 풍경들을 새겨 놓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똑같은 모습 속에 차라리 눈을 감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지나간 풍경 속에 고인이 가지고 갔을 그것들, 체취며, 습관이며, 사랑이며,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것들이 일상의 풍경 속에 무엇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지. 추억이 되어, 노을이 되어, 새소리가 되어 돌아오는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일상은 정말 슬픈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