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 경 Mar 16. 2018

궁금한 일

  

장석남의 ’ 「궁금한 일」 -박수근의 그림에서’ 라는 시 중 한 구절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뭉클 솟아오르는 그 정체를 차갑게 밀어 넣고, 정제된 슬픔의 절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박수근 화백이 술을 마시러 외출할 때면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 개어 놓았다고 하는데, 그 빨래를 개는 손이 무척 커다랗다고, 그 커다란 손 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 거렸을 햇빛이며, 그가 빨래를 개며 들었을 뻐꾸기소리 같은 것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인이 궁금한 것은 그가 가져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돌아오는지, 저녁이 되어 돌아오는지, 가을이 되어 돌아오는지, 궁금한 일은 다 슬픈 일들이라고 말한다.

일상은 끝없이 이어진 벌판을 달리는 기차처럼, 그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처럼 그렇게 무심히 지나간다. 한 번 스쳐 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허무와 시간의 안타까움에 누군가는 눈을 부릅뜨고 머리에 가슴에 그 풍경들을 새겨 놓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똑같은 모습 속에 차라리 눈을 감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지나간 풍경 속에 고인이 가지고 갔을 그것들, 체취며, 습관이며, 사랑이며,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것들이 일상의 풍경 속에 무엇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지. 추억이 되어, 노을이 되어, 새소리가 되어 돌아오는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일상은 정말 슬픈 일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토리에 얽힌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