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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 바다 Apr 02. 2022

운동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전문적인 헬스 트레이닝을 받는 일. 그리고 복직을 하기 전까지 탄탄한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왜소한 어깨와 긴 목때문인지 무엇을 입어도 비루하게 보이는 내 몸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들 엄마로서 더 강인한 몸을 가지지 않으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버거운 마음으로 육아에 끌려다닐 것이라 생각하니 강인한 몸에 대한 열망은 더 커져갔다.     


다행히 친정부모님이 아이를 함께 봐주셔서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는 운동에 할애할 수 있었다. 물론 아빠가 아프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들쭉날쭉해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일은 너무나 좋은 트레이닝 센터와 선생님을 만나 10개월 정도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동네 산책을 다니다 몇 번 들여다본 센터가 너무 아늑해 보여서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던 곳인데 그곳에 큰 행운이 있었던 것이다.


출산 후 처음 운동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나의 출산과 육아라는 흔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을 최대한 배려하여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는 센터가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에 충실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내 몸의 움직임을 잘 인지하고 그 움직임을 보다 균형되게 맞추며, 그 균형 위에 체력을 길러나간다.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독립하여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능력을 체화시킨다는 것이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센터의 지향점이었다.     


첫 수업은 상담을 받고 일주일 후 바로 진행되었다. 출산 후 100일은 지나야 운동할 수 있는 몸상태가 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강도를 약하게 무리 없이 진행하면 언제든 운동을 시작해도 된다는 트레이너 선생님 말씀을 믿고 따라보기로 했다. 그 당시 나는 출산 2개월 차 그리고 트레이너 선생님은 임신 중기를 지나는 임산부였다. 임산부 트레이너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몸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은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충실한 학생이기도 했지만 출산과 육아라는 큰 산을 함께 넘는 전우이기도 했기에 서로가 조금은 더 각별했던 것 같다.      


제왕절개를 한 탓인지 몇 달간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분명 그리 어렵지 않은 복부 운동 자세인데도 힘겨웠고, 비루한 몸을 키워보겠다는 야심찬 목표 대신 출산 전 몸으로만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현실적인 목표로 겸허히 임했다. 하루에 10분 정도라도 마음을 내어 조금 더 열심히 운동을 했더라면 더 빨리 몸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운동을 간다는 마음으로 몇 달을 지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몸이 거의 돌아와 있었다. 반년이 흐르자 뱃가죽은 흐느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가죽 속에는 출산 전에도 없었던 미약한 복근도 생기는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가장 겉가죽은 슬프게도 다시 복원될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복근도 복근이려니와 이제 적어도 몸의 균형을 해치는 일상 속의 움직임을 지양하려고도 하고 아직까지는 12킬로에 육박하는 아들을 안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물론 아이를 자주 안아 올린 날이면 아침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큰거리고 가끔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있긴 하지만 손목과 허리에 큰 통증이 없는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아이가 무거워지면 그에 비례해 내 체력도 부지런히 키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한 달 전 이사를 온 후로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센터를 그만두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남편의 코로나 확진과 아빠의 3차 항암으로 혼자 감당해내야 하는 시간들이 많아 내 몸을 돌보지 못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몸에 신호가 온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잘’살아남는 것에 마음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신호가 오기 전에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올해 나의 목표는 비록 강인하고 탄탄한 몸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남은 내 인생에 육아는 계속될 테고 내 몸은 꾸준히 노화되어 노쇠해져 갈 것이라 이 엇박자난 육아와 몸의 사이클을 내가 버틸 수 있는 궤도 안으로 유지시켜 주는 것은 운동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평생 조금씩이라도 운동하지 않을 수 없다. 10개월 동안 운동을 하는 동안 무게를 들면서 운동하는 것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온전히 내 체중으로 하는 운동도 매력적이지만 웨이트를 주어 가며 운동을 하니 자세도 빠르게 교정되고 근육도 빨리 붙는 것이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본인의 체중 정도의 웨이트는 들 수 있도록 몸을 단련시키는 것이 좋다고 했으니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언젠가는 내 체중만큼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것. ‘잘’살아남는 조금 구체적인 새로운 목표도 조용히 추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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