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맨 앞칸에 오른다. 가방에서 파우치를 꺼낸다. 파우더 팩트를 열어 피부톤을 정리한다. 립스틱을 바르고 립글로우로 생기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핸드크림을 추가하고 파우치를 정리한다. 그리고서 바깥 경치를 감상한다.
마스카라나 아이라인, 섀도우 등의 화장을 하지 않은지 수개월이 지났다. 작년 여름 대학 동창 결혼식 때가 아마도 마지막이었을 거다. 귀찮기도 하고, 유난히 눈물샘이 발달한 눈과 벌어져 있는 속눈썹 때문에 눈화장을 제대로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즐기지 않는다. 대충 화장하는 것보다 민얼굴이 낫다는 은근한 자신감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내게 맞는 화장법도 배우러 다니며 적당한 노력을 기울였었는데 요즘은 그조차 즐기지 않는다. 덕분에 나의 피부는 원래부터 생기 따위 없었다는 듯 핏기없이 노릿하다.
상대적으로 입술 색이 빨개졌다. 칙칙한 피부를 살리기 위해 어릴 적엔 쳐다보지도 않던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이걸 더하면 아주 조금 화사해지기 때문이다. 너무 시뻘건 색은 부담스러워 나름 톤온톤으로 배색해본다. 미대를 졸업했고 색채에 예민한 티를 이럴 때 내 본다. 그것도 잠시뿐, 반나절이 지나면 개기름과 피로에 쩔은 중년의 여인으로 돌아온다.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
아, 이만큼이라도 변신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