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보살피느라 나의 마음 도닥이기를 충실하지 못한 올해 상반기를 보내고 난 후 마음의 병이 커졌었나 보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뾰족하게 날이 솟아있었다. 쌓이는 사건과 오해들로 섭섭하고 서운하고 배신감도 느꼈다.
모든 감정을 그대로 ‘정지’시키고 맞이한 10월은 고요하다. 그래, 병이 날만도 하지. 3월의 첫 주부터 9월까지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오해가 오해를 쌓아 올리고 겹겹이 배신감을 느꼈던 9월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단단하고 견고해지는 관계도 있었으니 모든 순간이 아팠던 것은 아니다.
유난히 섭섭한 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 감정 역시 내 기대와 집착이 커진 것일 뿐, 그는 여전히 가볍고 에너지틱하게 이곳저곳에 발산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나와는 관계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러한 모든 순간이 아팠지만, 이제는 이런 감정도 내려놓으려 한다.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9월 동안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매달 10~15권 정도의 책을 읽었는데 9월엔 2~3권 정독한 게 전부다. 마음의 병이 몸을 아프게 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한바탕 앓고 나니 다시 책이 읽히기 시작했다. 나를 괴롭히던 모든 사건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더니 다시 책이 내 삶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내린 커피가 달다. 잘못 보관하여 제맛을 잃은 안타까운 원두였는데, 시큼씁쓸 까칠한 맛이 내 마음 같아서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