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제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떠나 있을 때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 방향의 가능성을 느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머리를 잘라도 새 옷을 입어도 내가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젯밤에는 11시쯤 잠들었는데 새벽 2시 30분경 잠에서 깨버렸다. 엊그제 내가 누린 5시간 통잠은 하룻밤의 행운이었나, 다시 불면증이 시작되었나, 이대로 눈을 감지 않으면 또 날을 새야 하는 건가 불안감이 스쳤다. 잠깐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곧바로 눈을 감았고, 바로 잠들 수 있었나 보다. 다시 눈을 떠보니 6시 50분이었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육체적으로 혹사시켜도, 억지로 누워 눈을 감아도 결코 찾아오지 않던 잠이 돌아왔다. 고작 3일 잘 잤다고 호들갑인가 싶지만, 1시간 간격으로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던 힘겹던 지난날에 비하면 너무나 감사한 순간이 내게 왔다.
잘 먹고, 잘 자고, 춥지도 덥지도 않게 지내는 것이 사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새삼 느낀다. 눕기만 하면 잠들던 시절에는 잠을 잘 자는 행위가 이렇게 소중한 건지 미처 몰랐다. 늘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사라진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미련한 나라는 사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새해 첫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며, 원두를 갈며 오늘 하루를 준비한다. 출근 전, 미뤄뒀던 업무들을 하나씩 처리해야 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맞이한다. 마음의 흔들림에 끌려다니느라 소홀했던 업무들을 다시 꺼내어 해결해야 한다. 내가 내 마음을 달달 볶으며 나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아도 시간은 잘 간다. 어떤 마음으로 보내게 될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커피의 맛이 나쁘지 않다. 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내 일상의 감사함을 잊지 않는 오늘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