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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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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an 04. 2022

쓰다

오늘의 커피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읽고 쓰기, 걷기 같은 특별하지 않지만 나를 지탱해주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요즘이 그런 시기이다.


어제는 퇴근 후 다이소에 들렀다. 굳이 평소보다 퇴근이 늦은 월요일 저녁,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다이소까지 다녀온 건 딱 그 정도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이소 쇼핑은 코로나를 맞이하며 추가된 나의 새로운 루틴이다. 산책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며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건지 늦은 밤 혼자 공원을 나설 때 무서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필요 물품 구입’이라는 목적이 생기면 어두운 밤 홀로 나서는 무거움의 무게가 덜어진다. 다이소로 가는 길이 공원보다 덜 으슥하기도 하고, 오밤중에 홀로 걷는 여자 사람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것 같다는 혼자만의 안도감 덕분일 수도 있다. 필요한 물품의 목록을 정해놓고 목적 있는 쇼핑을 즐기는 나이지만, 어제는 ‘걷기’가 목표였다. 다이소까지 다녀오는 약 1.5km 동안 콧바람을 즐기며,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혼잣말도 중얼거리고, 사람 구경, 여러 생각을 하며 걷는 시간은 왠지 모르게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위안을 준다. 작년 봄, 코로나로부터 시작된 관계와 단절된 삶에서 나를 이끌어준 건 다이소 쇼핑을 다녀오는 ‘걷는 행위’ 자체였다.


우리 동네 다이소는 규모가 작아서 다양한 물품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산책하기 적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가볍게 다녀오기에 힘겹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 인적이 끊긴 늦은 시간에는 가로등이 많은 찻길로 걸어가도 좋고, 적당한 시간에는 걸음을 보태어 한강을 곁에 두고 걷는다. 어제는 욕실화 하나를 사 왔다. 오랜 시간 함께 하기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곰팡이 같은 때가 잔뜩 끼어버린 낡은 무엇을 버리고 새 기운을 느끼고 싶어졌다. ‘새 욕실화를 샀다.’라는 간단한 행위를 했을 뿐이지만, 오래 묶은 때를 벗겨낸 것 같은 후련한 마음이 든다. 단돈 3천 원으로 나의 찌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나는 오랫동안 다이소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커피가 왠지 써서 달달한 초콜릿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쓰디쓴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커피를 마시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상을 하나씩 꺼내다 보면 더욱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들쑥날쑥 심한 나의 마음의 파도를 잔잔하게 유지할  있는 ,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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