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오늘의 커피

by 아무

오늘의 커피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통증이 가득하다. 지난주말 무리한 스케줄로 몸살 기운이 또 나를 가득 채웠다.
모두가 비슷한 활동량으로 다함께 하루를 보냈건만 결국 또 나만 이런 꼴을 맞이했다.
조금 방심하면 크게 앓아 누울 것 같아 최대한 몸사렸고 늘 그렇게 보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살 아닌데 늘 몸살 기운이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두들겨 맞은 통증으로 평소보다 오랫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개꿈도 꾸고...





오늘의 커피
지난주에 핸드밀 청소를 하고 처음 마시는 핸드 드립. 아주 약간 굵게 갈린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평소보다 조금 많은 양, 15g을 넣었는데도 금방 갈렸고, 물을 내릴 때에도 물빠짐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으로 핸드밀 나사의 위치가 지난번과 차이가 있을거라고 짐작했다.
맛도 역시.
진한 맛이 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사실 오늘은 커피 케익과 함께해서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무엇에 대한 허기로 케익 위의 크림을 마구 입으로 쑤셔 넣느라 커피는 단지 거들 뿐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반복되는 행동들로 부터 느껴지는 변화로 맛도 분명 다를 것이라 예상할 뿐. 사실은 알 수 없다. 나의 혀는 생크림에 마비되어 있다.

한동안 달리기라는 운동에 중독되어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뽕 같은 걸 맞아본 적은 없지만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하루하루가 너무 신났다. 하지만 그 시기는 결코 길지 않았다.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점점 달리기가 재밌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발견한 새로운 뽕(!)은 클라이밍이었다. 또 몇개월동안 행복했다. 온몸에 활기가 가득했고, 역시나 지금은 다시 시들.

케익에 혀를 마비시킨채 커피의 맛을 느끼지 못했듯, 운동에 나를 마비시킨채 인생의 본게임을 즐기지 못했나보다. 달리기와 클라이밍이 아니더라도 내 인생에도 잔잔하지만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다음달 클라이밍 등록을 앞두고 연장해야하나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한 번에 5~60여만원을 결제해야하는 금전적인 부담감도 있고, 과연 이전만큼 즐겁고 신나게 보낼 수 있으리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원두가 다 떨어져간다. 세번에 두번꼴로 성공하는 것 같다. 다음번 원두는 맛이 좋을까? 나랑 맞는 원두를 고를 수 있을까?

늦잠과 잡생각으로 늦게 시작한 오늘 하루는 어떻게 펼쳐질까.
커피에 마비되지 않고 내 인생의 진짜 를 찾아내고 싶다.

개꿈을 꾸고나서 잡생각이 가득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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