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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같이함께

마음은 여행가방(feat. 조아&스티브 작가님)

시험이 끝난 날

by 스타티스

2023.12.15 금


오전 11시 57분


시험이 끝났다! 1년에 한 번 치는 시험인데 작년에는 필기시험장에 가지 않았다. 올해는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2차 면접시험을 오늘 치렀다. 3층 면접장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시험불안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서, 1시간 동안 화장실을 10번 정도 갔다. 앉아마자 일어서서 갔다고 보면 된다. 필기시험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 면접장에 오면서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대학교 객원상담사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 스몰트라우마로 남아있었나 보다. 시험불안의 신체증상이 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싶었는데 다시 확 올라왔다. 내 몸에게 말해주었다. '그래도 괜찮아. 너 지금 불안하구나?'


거짓말 같이 시험 후 몇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오늘 나는 불안했었다. 예전엔 뭔가를 마쳐도 기분이 날아갈 듯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먼저 면접시험을 보고 나온 대학원 동기들이 저기 10m 거리에 보이는데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온몸에서 스멀스멀 행복감이 올라왔다. '이런 거였구나. 온전히 끝난 것에 대한 즐거움!'


또 뭘 할 때 이렇게 즐거울까?


여행을 가고 싶다. 요즘 남편이 유튜브 영상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 볼 수 있고, 구글 어스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데 굳이 나가려고 하냐고 했다. 그런 남편은 10년 전즈음 유럽 여행을 다녀왔고, 이후로도 북유럽, 호주, 베트남 등 다양하게 다녀왔다. 가면 화면이랑 똑같다고 한다. 그래도 가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작년에 시험장에 가지 않았던 나와

올해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치른 나는 다른 경험을 했다.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에 치러 가지 않았던 '나'는 합격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여행도 그럴터인데. 내 영역에서 전문성을 더 많이 길러서 번 돈으로 여행비를 턱 하니 낼 수 있을 때는 어디든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언젠가 오겠지.


이 마음을 달래줄 두 분의 글이 있었다.


우리 글루틴 멤버 조아작가님 글,

https://brunch.co.kr/@ilikebook/445


그리고 스페인에 계시는 스티브 작가님 글이다.

https://brunch.co.kr/@spainlife/308


조아작가님 글은 잊고 있었던 여행세포가 하나씩 살아나는 느낌이었고,

스티브작가님 글을 '스페인에 가게 되면 저 숙소는 어떨까?'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게 되는 글이었다.


시험도 끝나서(결과는 어찌 되었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음은 여행가방 속에 들어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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