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흔들림
2025.1.23 목
오늘 아침 8시쯤,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씻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어지러움과 속이 메스꺼운 감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전등이 요동치고 있었다. 지진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포항에서 큰 지진이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우리 도시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파트 18층에 살고 있었고, 어린 딸들을 씻기느라 목욕탕에 있던 중이었다. 흔들림 속에서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옷을 빨리 입히고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나?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지?”
오늘의 지진은 그때만큼 공포스럽진 않았다. 이제 아이들은 컸고, 혼자서도 대피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나는 나만 잘 챙기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의 흔들림은 그때 느꼈던 공포를 다시 불러왔다. 마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른바 스몰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여파로 하루 종일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살짝 아팠다. 그런데 오늘은 하필 보충 수업이 있어서 4시간 동안 강의를 들어야 했다. 한 시간 정도 빠질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끝까지 듣기로 했다. 필리핀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니, “우리는 이런 일이 흔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나라가 활화산과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5~6 정도의 지진은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에게도 물어봤다. 그런데 “식당에 있어서 몰랐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집은 모두 잠들어 있어서 지진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아침을 6시 30분에 먹고 7시 20분쯤 방으로 돌아와 씻고 준비를 한다. 덕분에(?) 지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빨리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게 아니라, 지진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몸의 기억이란 참 무섭다. 그때의 공포가 다시 떠올라 오늘 하루를 휘감았다. 머리로는 분명히 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하지만 ‘안전’이라는 문제는 나에게 여전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 단순한 흔들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이 내 하루를 지배할 만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