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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사람에겐 여러 가지 면이 있잖아.
난 어릴 때 좋은 면, 나쁜 면. 이렇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어.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세네 가지 면 정도는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면서 정육면체, 그다음엔 정십이면체쯤 되는 게 사람이구나, 생각하다가
너랑 헤어지고 나서 마침내 든 생각은, 아 사람은 구체인가 보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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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에겐 경계가 없으니, 상황과 각도에 따라 면이라고 부를만한 넓은 영역이 생기기도 하고, 지면과 겨우 닿는 점처럼 작은 영역만 생기기도 하잖아. 그래서 빛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온통 밝아 보이기도 하고, 한 개의 점을 제외하곤 온통 새까매보이기도 하고.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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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맞닿은 영역은 겨우 맞대어진 '점' 이었지, '면'은 없었어.
슬픈 건, 끝까지 어떤 '면'도 발견하지 못하고 헤어진 것. 난 그게 아쉬워.
웃기지? 고작 '점' 만큼 기대었다 헤어졌을 뿐인데도, 아쉬운 것이 있다.
그 '점'이 잘 안 떼어진다.
.. 내가 점이라고 썼는지 정이라고 썼는지도 모르겠고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