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야. 알았으니까 뭐라도 해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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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혹등고래 정도의 닉네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수영인의 삶을 산지 3년을 넘긴 이때에 대위기가 찾아옵니다. 고래보다는 밤 쥐나 부엉이 쪽인 습성으로 새벽잠 겨우 드는 것이 일상인 제가 어떻게든 이 수면사이클을 바꿔보겠다고 억지로 새벽 수영을 등록하여 6개월을 다녔지만 수면사이클은 한치 변함이 없어 항시 잠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갖은 감기에 빌빌 거리다 끝내는 A형 독감에 이르러 회사를 일주일 쉬게 되는 쾌거 아니고 바보짓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3월 중순이라, 같은 수영장에 다니는 혈육을 시켜 남은 2주분의 수영 레슨비를 10%의 수수료와 함께 환불한 이후 여전한 너덜너덜한 수면 사이클과 면역력이 불러오는 잔병치레에, 현 9월까지 수영 등록은 없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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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거 몬쥬 알죠? 그 알고리즘 말이에요. [하기 싫음] - [안 함] - [무기력함] - [더 하기 싫음].
사실은 운동이 그렇거든요. 몸이 힘들어서 안 하면 더 체력이 떨어져서 더 하기 싫은 데다 더 자주 아프게 되는데 그럼 아파서 또 못함. 이 저주의 무한루프에 제가 들어서버렸지 뭐예요. 아나.
이걸 벗어나 보겠다고 7월부터 애썼지만 몬쥬 알죠? 때마침 회사일이 바빠지고 마감이 막 겹치고 새로 시작한 공부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숙제가 이따시만큼 있고 그래서 운동은 늘 뒷전의 뒷전의 뒷전이 되다가,
아!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싶어지면서 마감이고 공부고 나발이고 내 죽은 뒤에 할 것 같은 각이 나오면 그때 하게 되는 거죠. 그때나 하면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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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루고미루고 미루다 정한 디데이가 오늘이었는데, 오늘 또 미뤘어요.
이제 도저히 새벽 수영은 못 가겠다 싶어 태권도나 킥복싱을 배워보겠다고 작심하긴 했는데,
저번에 구경 가봤던 태권도장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재미가 없어 보이고, 동네 유명한 무에타이 킥복싱 체육관은 귀여운 학생들만 가득하다는 소문이 무성해요. 내가, 거기서, 할 수 있을까??
가서 무조건 해보라고, 왜 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겁을 내냐며 수영을 한참 망설이던 오빠를 아주 얄밉게 등 떠밀었던 그게 전데요, 저 지금 무서워요.
우리 동네 태권도장 관장님 막 무슨 특수 폭파 교육하고 대테러 교육 이런 거 하셨던데 막 저도 폭파시켜버리면 어떡해요.. 무에타이 체육관에 귀여운 학생들이 막 어디 대회서 상 타 갖고 오는데 저 막 때리면 어떡해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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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환마마환절기감기독감이 더 무서우니까 내일은 꼭 가볼 거예요.. 내일은 꼭...
내일... 꼭....
내일......
........
.....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