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또 다른 고문이었다.
'우울증에 걸렸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흔히들 힘내라고들 한다.
잘될 거라고, 너 스스로 무너지지 말라고, 앞이 어두운 게 아니라 밝은 미래인데 너만 모르는 거라고 말이다.
[희망]
1. 소망을 가지고 기대하여 바라는 것.
"∼에 넘치다"
2. 앞일에 대한 소원. 또는, 기대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 기망(冀望). 희원.
희망이라는 단어의 뜻은 위와 같다.
앞으로 있을 미래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기대치를 가진다는 뜻이다.
우울증에게 희망은, 좋은 단어지만 때로는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경증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아본 적이 없어, 타인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희망이라는 단어는 막연함과 같은 뜻이었다.
다들 그런 말 하지 않는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곧 밝은 빛이 나온다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이다.
이 말엔 크게 간과된 점이 한 가지 있다.
결론적으로 밝은 빛만 이야기할 뿐, 어둡고 험난한 과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낫는 것도 서서히 나아지고, 걸리는 것도 서서히 잠식당하는.
과정이 무서운 병이다.
우울증이 있는 나에게 희망이란 말은 벽처럼 느껴졌다.
잘될 거라는데... 대체 언제를 말하는 건가 생각이들고,
밝은 미래가 기다릴 거라는데, 그게 올 때까지 이렇게 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체념하지 않으면 미래가 아니라 당장을 버티기도 힘든데, 미래를 보라는 저 말이 내겐 너무나 고문이었다.
지금도 겉으로 보기에만 괜찮을 뿐.
사실 괜찮지 않다.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 진다.
물론...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흔한 말이 평범한 해석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걸.
조금만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희망이 있기에 사람은 살아가지만, 어쩌면 그 자체가 고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