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내리다.
하루 종일 온갖 고난을 겪고, 콩나물 같은 지옥철을 탔다.
서있을 체력도 없지만 어찌어찌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간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조심스럽게 누른 나는 가볍게 열리는 문을 지나쳐
무거운 다리를 현관으로 들여보낸다.
손에 힘이 빠져 툭. 떨어지는 가방,
그것에 반응할 기운조차 없는 동공.
제대로 닫히지 못한 문에서 새어 들어오는 바람.
내 영혼은 이미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만이
나의 아픔을 알아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