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찾아왔다.
봄을 기다려왔던 씨앗마냥 점점 자라나와 내게 싹을 틔웠다.
모든 것이 처음이였고, 함께한 모든 시간들은 행복이였다.
그저 너라서 좋았고, 그냥 같이 있었기에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이 기억으로 새겨졌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점점 시들어갔다.
시간이 없어서, 내 삶에 지쳐서, 항상 똑같다는 이유로 서로를 헐뜯었다.
항상 그자리에 있어주는 태양같은 그의 모습이 점점 흐려져 갔다.
뿌리를 깊게 내려 그 자리에 꿋꿋이 서있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그림자가 따가운 햇볕을 가려준 것도 모른채,
그늘 안이 지긋지긋하다며 서로를 그렇게 밀쳐냈다.
사랑은 가혹했다.
내게 추억이란 흔적을 남기고,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
점점 번져가는 화장도, 지워져가는 그의 향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앙상히 말라버린 나무처럼 식어버린 사랑을 다시 맹렬히 끌어안아보았지만,
내게 가시만을 남긴 채 그렇게 멀어져버렸다.
사랑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