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온 모든 것들이 상처가 되었다.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참아야 하고,
착한 사람이 되려면 양보해야 하며,
사랑받고 싶다면 아픔을 감추어야 한다고.
처음에는 그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줄 알았다.
조금 불편해도,
마음이 서운해도,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 배움들은 조용히 나를 깎아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삼킨 감정들은 어디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양보하고 남긴 빈자리는 누구도 채워주지 않았다.
웃음으로 덮은 상처들은 오히려 나를 더 깊게 파고들었다.
나는 늘 괜찮은 척했지만,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천천히 스러지고 있었다.
사회는 그런 나를 빠르게 소모했다.
참는 사람, 이해하는 사람, 조용한 사람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는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배운 것들에 베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믿음,
상처를 드러내면 안 된다는 다짐,
끝까지 참아야 한다는 결심이 하나둘 나를 찔렀다.
나를 보호하라고 배운 것들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불안은 늘 목 끝까지 차 있었고,
두려움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내 곁을 지켰다.
누군가는 이것을 성장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하루하루 조용히 무너져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버티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아직 쓰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배워온 것들을 품고,
스스로에게 겨눠진 칼날을 바라보며,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그렇게 오늘을 또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