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조금은 괜찮은 오늘
며칠 째 기다리고 있는 발표가 있다. 이미 네 번이나 똑 떨어져 버린. 아마 또 떨어진다면 나는 마음을 추스리기가 힘들어지겠지. 마음대로 되는 일이 잘 없다. sns 속 지인들은 뭐든 잘만 성취해가며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뭐 하나 이루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지. 나도 내세울 것이 생기면 더 이상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요즘은 왜 이렇게 남들의 삶이 부럽기만 할까. sns는 화려한 순간의 전시일 뿐이라는 걸 알지만 요즘 같은 순간엔 나의 일상이 너무 남루하게만 느껴졌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뭐든 착착 해내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면 나의 애인은 그런 비교 따윈 그만하라며 나를 나무랄 테지. 안다. 그들의 삶도 본질적으로는 내 것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다만 자신의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이들을 보면 계속 맴도는 내 자리가 너무 눅진하게만 느껴졌다. 언젠가 나도 내 삶에 만족하는 순간이 올까. 부러움을 받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내 삶을 보며 멋지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게 될까.
습관처럼 이를 악물게 된다. 해낼 거야. 해낼 수 있어. 나는 다를 거야. 더 이상 스스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살지 않을 거야. 성취를 이루고 난 뒤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상상한다.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조금은 괜찮은 오늘을 위해 부지런히 살아본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때가 되면 멋지게 살게 되리라고 믿는다. 하고 싶은 일들에 하루하루를 몰두하며 살겠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며 바쁘게 살게 되리라. 그 미래를 위해 살다 보면 내년 생일을 맞이하고 그다음 생일을 맞이하고. 또 해가 자꾸 바뀌고. 그러다 보면 살아갈 힘이 내게도 생길 것 같다.
모든 삶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험난하다는 것을 안다. 그걸 알고 나니까 내 삶이 조금은 덜 무거워졌다. 새벽을 부여잡고 울더라도 해가 뜨면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나가면 된다는 것을 이젠 안다. 기다리고 있는 발표가 내게 다섯 번째 불합격을 안겨준다면 조금은 실망하겠지만 훌훌 털어야 또 여섯 번째가 온다. 몇 번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언젠가는 합격하리라는 것. 왜냐하면 나는 합격의 메일을 받을 때까지 문을 두드릴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잘 없지만 결국엔 다 잘 될 것이다. 잘 될 때까지 도전할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