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작
오늘 아침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10시쯤의 온도를 느끼며 혹시 오늘이 주말은 아닌가 하는 헛된 망상도 해보면서. 그러다 오늘은 목요일이며 마침 알람이 울리기 5분 전임을 깨달았다. 프렌치토스트를 닮은 냄새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오랜만에 밥을 차려먹고 출근하고 싶은 아침이었다.
날씨가 좋으니 모든 게 다 좋은 것 같은 요즘이다. 어제 퇴근길엔 바람이 선선해서 도착한 버스를 뒤로 하고 한 정거장쯤은 걷기로 했다. 물론 그러는 바람에 구두를 신고 있던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혀버렸지만 톰 미쉬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 길엔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았다. 집에 가는 길가에 핀 맥문동 꽃은 여전히 만연했다. 맥문동 꽃의 이름을 알게 된 후 맥문동 꽃은 항상 반가웠다. 존재의 이름을 알게 된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8월을 뒤로하고 달력을 한 장 넘겨야 하는 순간이 왔다. 달력을 넘긴다는 건 늘 새로운 다짐을 동반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진부하지만 매번 새로운. 9월의 달력은 가을을 데려왔다. 이번 달에는 가디건을 입어야겠지. 트렌치코트를 꺼내게 될지도 모른다. 무더운 여름의 생을 내가 또 살아내다니. 축복하는 마음으로 퇴근길엔 서점에 들러 가을에 어울리는 수필집을 한 권 구매해도 좋겠지. 책을 읽으며 제법 안온한 저녁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지부진한 일상을 밀고 가자. 거북이처럼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가자. 삶이 죽음과도 같던 어느 시절을 이겨내고 내일로 가자. 그래, 내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