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전 여친에게 전화하는 것

무례한 것이다

by 이도연 꽃노을





3년이나 지났는데 왜?




지연은 대기업에 입사를 하고 여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를 했으니 신입사원으로서의 그녀의 포부도 대단했다. 아침형 인간인 지연은 출근 시간 30분 전에 먼저 가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선배 사원들 책상과 그녀의 책상을 청소했다. 그런 그녀는 붙임 성도 있고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신입사원 입사 반년 동안은 부서 부서 배정을 받고 기업에서 개설한 여러 가지 연수를 다니느라 바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행 가방에 짐을 챙기고 연수원을 들락 거렸다. 지연은 회사에 가서 꿈꿨던 커리어 우먼과는 거리가 먼 경험들을 해야 했다. 신입사원 연수는 디자인 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들 신입사원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대규모였다. 성격도 다르고 다른 전공을 한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구호도 외치고 팀작업을 수행해야 됐으며 그 팀작업의 결과는 고스란히 지연의 부서 상사에게로 자동 보고가 되었다. 지연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싶었다. 남자 신입사원 여자 신입사원 상관없이 아침 구보도 해야 했고 매일 회사 경형 이념이나 제품 이름들을 외우고 시험을 치는 빡샌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연수원에 입소하면 겨우 2~3시간 정도 잠을 잘 수 있다. 그런 연수들이 여러 개 연이어서 이어지자 지연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연수원을 퇴소하고 드디어 출근을 하는 일요일 밤 지연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1시쯤 되었을까 지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


아무 말도 없이 지연의 목소리만 듣다가 끊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따라 지연에게는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지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피곤하니 별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지연이 또 잠을 자는데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다. 지연은 받기 싫었으나 여러 번 걸려 오는 전화를 짜증이 난다듯이 받았다.


" 여보세요? 야. 누가 새벽에 장난 전화야? "


" 어.. 나야. 승빈이 "


" 잘 못 거셨어요. 그런 사람 몰라요."


지연은 승빈의 목소리를 바로 알아차렸지만 매몰차게 끊어 버렸다. 그러자 술 먹고 지연에게 전화를 걸던 승빈의 전화 횟수도 줄었다. 지연이 일부러 받지 않았던 때도 많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승빈의 전화번호가 오면 지연은 생각했다.


' 못 본지는 3년이나 지났고, 헤어진 게 언제인데 이렇게 술 먹고 나에게 전화를 하는 거지.?" 한 때 사랑하는 사이였더라도 매우 무례하고 지연의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라 생각했고 화까지 났다.


그렇게 승빈의 무례한 행동은 뜸해지다가 사라졌고 지연의 머릿속에도 승빈은 잊은 지 오래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디자인 PT도 준비해야 했고 목업집에도 나가야 했기에 더 이상 첫사랑 따위에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리고 이미 지연이 19살은 아니기에 이제 알만큼 아는 25살 아가씨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연은 성실함과 언어 실력을 인정받아서 점점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디자인 PT를 해야 했고 연말 고가도 좋게 평가받는 사회인이 되었다. 지연은 마치 그 기업이 자기 회사라도 되는 것처럼 온몸을 다 바쳐서 뼈와 살과 영혼을 갈아서 일을 했다. 마치 일 중독에 걸린 사람 같았다.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지연도 후배 사원이 있는 선배 사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연은 우연히 오랫동안 로그인을 하지 않았던 메신저에 로그인을 하게 된다. 메신저에는 그동안 읽지 않은 메시지들이 한가득 이었다. 지연은 바쁜 디자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 메신저의 메시지를 보기로 하고 로그아웃을 한다.






< 다음 편에 계속 >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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