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들은 타인이었다.

자녀의 감정은 자녀의 것이다

by 이도연 꽃노을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내가 가장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타인이다.





자녀의 감정은 자녀의 것이다.



나는 아이가 칭얼되거나 불평불만을 하면 참기 힘들었다. 모자란 것 없이 다 해준 것 같은데 고마운 줄 모르고 짜증이나 투덜 되면 나는 " 그만 "이라고 말한다. 10살 아이를 마치 중고등 학생에서 꾸짖듯 말한다.


" 고마운 줄 모르고 떼쓰면 안 되지. 그건 욕심이야. "


"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 맨날 그만하래 "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칭얼되고 싶어도 칭얼을 듣고 받아줄 사람은 없었다. 그런 나는 칭얼 되는 대신 열심히 스킬들을 연마해야 했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힘들 때도 나는 혼자 감정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들을 보면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하는지 모른다. 내 머릿속에는 칭찬을 받거나 위로를 받은 시간은 기억되지 않으므로...


처음엔 아들이 예민한 기질을 갖고 있는 아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들을 다 그쳤다.


" 뭘 잘했다고 울어. 울면 해결되니? "


나는 그렇게 엄마라기 보단 학교 선생님 보다 더 선생님 같은 엄마가 되어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돌아보는 대신 주변을 둘러보고 그들이 바라 볼 우리 모습이 더 신경 쓰였다. 왜 아이는 나를 맨날 곤경에 빠트리는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생각했다. 육아는 세상 어떠한 것보다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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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도록이면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엄마는 손자를 보는데 아주 서툴다. 열이 조금만 나도 허둥지둥되고 내게 전화를 몇 통이나 걸어온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키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생활고와 가족을 대표해 경제적 활동을 하느라 나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난 할머니나 친척들 집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엄마 아빠와 같이 살게 된 이후에도 나는 늘 혼자 감당하고 늘 혼자 처리하고 그랬다. 어린 마음에는 엄마한테 말하면 걱정할 것 같아서 내가 그렇게 한 것도 많다. 그래서 더 눈치가 빠삭하고 철이 일찍 들었다.


아무리 머릿속 기억을 끄집어 내봐도 내 감정을 돌봐주거나 존중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러기엔 너무 바빴고 가난했다.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의 아이가 울거나 화나는 감정을 표현했을 때 내 사전에는 그에 합당하는 리엑션이나 말들이 텅 비어있다. 어린 나는 그렇게 어찌하지 못할 감정들은 모두 숨기고 살아남기 위해 살아야 했다. 결국 남은 것은 우울증과 공황장애뿐이었다.


심리 상담 센터를 다니고 나의 어린 시절의 아이를 만나고 나서부터 나는 위로하는 법을 배웠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여러 가지 감정을 소화하고 바라보며 온전히 그 속에서 나를 느끼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알게 됐다. 감정은 각자 자기의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감정을 타인이 멈춰 세울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내 아이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아이의 감정마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없는 것이며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아이는 나와 다른 성격과 취향을 가진 타인이다.



내 사전에도 없는 말들을 채우기 위해 엄마의 말 연습은 시작 됐다.


" 우리 호림이가 속상했구나... 그럴 수 있지. 그런 어떻게 하면 좋을까? "


"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아주 솔직한 것이지."


그냥 그 감정이 오롯이 아이의 가슴을 타고 흐를 동안 기다려 주거나 안아만 주어도 아이는 괜찮아 진단은 것을 배웠다. 나는 오늘도 나의 내면 아이를 만나 내가 호림이한테 해주 듯 내면 아이의 감정들도 살펴 준다. 공감의 쓰담쓰담 그리고 따듯한 눈빛으로... 그렇게 나의 아들과 나의 내면 아이는 오늘도 함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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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은 아이의 것이다.









이미지 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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