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가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

엄마라는 세상에서 늘 살고 싶은 아이

by 이도연 꽃노을

엄마 껌딱지인 아이에서 침대 위의 고양이처럼



수면 분리는 내가 예민한 탓에 오래전에 했지만 모모는 밤에 자기 방에서 자기 전까지 샐 수 없는 만큼 내 방에 온다. 엄마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오기도 하고 자기가 읽을 책을 가지고 엄마 책상에 읽을 때도 왕왕 있다. 내가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쓰면 폴짝 엄마 침대에 뛰어올라 배를 깔고 눕는다. 가끔은 자기와 놀아달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것처럼 혼잣말이나 손과 발의 움직임이기도 한다. 예민한 성격인 나는 학창 시절이부터 공부나 일을 할 때는 혼자 조용히 하는 버릇이 있었기에 그런 모모의 행동이 거슬리고 방해가 된다. 그런 아이를 붙잡고 50분만 글을 쓸 시간을 달라고 애원도 해보고 엄마가 일할 때는 방해를 하면 안 된다고 훈육도 해보았다. 그럴 때마다 모모는 " 난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항상 같이 있고 싶어. 난 서른 살까지 엄마 손잡고 다닐 거야 "라고 말하며 내 침대와 한 몸이 된다. 고집스러운 아이의 행동에 나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때로는 지키고 육아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이사 준비로 무리를 해서 몸살에 걸렸을 때 일이다. 모모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는 내게 놀아달라고 졸라댔다. 블루마블 보드게임을 하자고 요구해 왔던 것이다.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누워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을 끌어올리니 웬일인지 모모가 뒤돌아 나간다. 엄마가 아파도 자신과 놀아주길 바라던 모모가 많이 컸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는 다시 내게 돌아왔다. 돌아온 아이의 왼손에는 물한 잔과 오른손에는 내가 아플 때 먹는 진통제 한 알이 들려있었다.


" 너 이 약 어떻게 꺼냈어? 아이들이 열지 못하도록 어린이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약병인데! 네 맘음대로 열고 만지고 먹고 그럼 안된다고 엄마가 말했지? 어른들 먹는 약이라고?..."


" 엄마가 아프면 이거 먹잖아. 예전엔 열 수 없었지만 나도 연습했어. 엄마 아프면 내가 약 가져다줄라고. 엄마는 내가 아플 때 옆에서 간호도 해주고 나한테 약도 먹여주잖아. 왜 나는 하면 안 돼? "


"........ "


나는 말없이 아이가 가져온 진통제를 물과 함께 먹었다.


" 엄마, 물 여기 내버려 둘까? 다시 식탁에 둘까? " 물 컵을 받아 든 모모는 물컵을 들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 엄마가 뭐든지 다 했으면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고 말했지. 제자리에 가져다 놔줘. "


" 엄마가 아플 땐 물을 많이 마셔야 된다면서. 엄마가 아프니까 물이 더 필요할 수 있잖아 "


아픈데 계속 약간은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자기 할 말을 다하는 모모가 귀찮은 것이 사실이었다. 아이는 그렇게 다시 눕는 나를 뒤로하고 거실로 나갔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았다. 집안이 조용해서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어린이 소설책을 소파에 앉아서 읽고 있었다. 내가 나오는 인기척을 듣고 아이는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 엄마, 괜찮아? 내가 약 주니까 다 낫지? "


아직은 또래보다 순수한 아이. 그래서 더 미워할 수 없는 아이를 물끄러미 보았다. 아이는 마치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해내서 뿌듯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시 좀 더 누우려고 침대에 눕는데 모모가 졸졸 따라와 내 옆에 누웠다. 그리고 자기가 흥미 있어하는 우주와 심해 그리고 장수풍뎅이 이야기가 이어졌다.


' 더 쉬고 싶은데.. 그럼 그렇지. 오늘은 웬일로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엄마를 기다렸나 했다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쯤 아이는 자기 방에 가서 체온계를 가져와서 내 양쪽귀의 온도를 쟀다.


" 다행히 열은 없네. 엄마! 열이 없으니 이제 나랑 놀아도 되겠다! "


그런 아이의 단순한 생각에 나는 순간 '풉'하고 웃음이 나왔다. 뭐든지 자기 중심대로 생각하는 아이. 그런 아이가 내게 약을 건넸다. 그리고 잠을 자라고 혼자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엄마는 아직 컨디션이 완전 회복 된 것은 아닌데 아이는 엄마가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모모를 보니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잘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던 아이가 조금은 훌쩍 자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나는 조금 관점을 달리 해서 아이를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모모가 엄마 껌딱지여서 지치고 힘든 마음과 감정들은 이렇게 변했다.


" 어느 누가 나를 이 만큼이나 나를 찾고 나를 필요로 하며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이렇게 신뢰하고 따르는 사람은 오직 내 아들 밖에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코끝이 잠시 찡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른 감정으로 전환이 되는 것을 보고 난 오늘 아이한테 또 한 가지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규칙을 잘 지키고 말을 잘 들어서가 아닌 아이의 존재는 아무런 조건 없이 부모의 사랑의 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느꼈다. 나는 지금 모모를 그렇게 대하고 있는가 반성하게 됐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모모의 순수하고 원초적인 사랑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녹였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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