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맞아도, 내 태도는 틀렸다

by 플로쌤

지난 주말, 단도박 자조모임에서 사회를 맡았다. 몇 주 사이 새로운 사람들이 연이어 들어왔다. 도박 중독이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온 이들이었다. 나 역시 5년 전엔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한데 나는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날 모임에서 한 분이 질문을 던졌다.


“제 아들에게 ‘네가 도박중독자인지 인정하느냐’고 물어봐야 할까요?”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분의 아들은 며칠 전 도박으로 수백만 원의 빚을 졌고, 그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지난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그 아들은 전형적인 도박중독자의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도박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모임 회원들의 의견도 일치했다.

그런데도 그분은 여전히 아들에게 ‘나는 중독자다’라는 인정을 구하고 있었다. 나는 그 질문이 의미 없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드님을 아직 완전한 중독자로 인정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정말 인정하신다면, 그런 질문은 필요하지 않겠죠. 아드님이 중독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든, 맞다고 인정하든 바뀌는 건 없습니다. 부모님이 할 수 있는 행동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중독자의 말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목소리가 높아졌고, 내 말이 정답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데 왜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식이었다.

그분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불편함이 역력했다. 모임 내내 앉아 있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모임이 끝나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깨달았다. 아내는 내 말이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어투와 태도가 아쉬웠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각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고, 사람의 성격도 제각각이다. 중독자에게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 경험과 지식을 절대적인 기준처럼 여겼고, 그 틀을 상대방에게 강요했다.

아마도 그분은 마지막 희망 같은 것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아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그때부터 진짜 회복이 시작될 거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독자 본인이 직접 모임에 나오지 않는 이상, 간절히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그 기대는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말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그분을 가르치려는 마음으로 말했고, 정답을 안다는 교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단도박자조모임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도박을 끊는 방법에 대해 각자의 경험담을 나누는 곳,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이해하고, 위로받는 곳이다. 나는 그 근본을 잊고 있었다.

다음 모임에서 그분을 만나면 어떤 얼굴로 마주해야 할까. 먼저 그날 내가 말하는 태도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이야기를 더 깊이, 더 조심스럽게 들을 것이다. 이번엔 판단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한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려 애쓸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분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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