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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l 05. 2022

나의 식탁, 한미키 작가

마주 봄

함께 간다는 것은         

  

두 사람이 오솔길을 걸어갑니다.

좁은 길이지만

꼭 잡은 손처럼

넓은 대로가 따로 없습니다.

    

아침 이슬이 묻어 있는 풀을 만나면

바짓가랑이는 촉촉이 젖어듭니다.

그렇다고 눈을 흘기는

연인은 없습니다.     


나를 위해

그대가 풀밭을 걷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함께 걸어간다는 것은

손을 잡는 것과

생각도 함께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꼭 잡은 두 손을 놓는 순간까지
수많은 시간을 저 식탁에 앉아 같이 하고 싶은 이가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
그대입니다.     

 

나의 식탁, 40F, 2007년 이전, 한미키,


     

식탁은 곧 삶의 모습을 나타낸다. 풍성함은 넉넉함이다. 나눌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물질적 풍요를 통해 마음의 여유로움을 드러낸다. 집의 중심이 되는 삶의 중심을 드러낸다. 수많은 작품 속에 드러난 공간의 모습 속에 풍요로움 보다 삶의 모습을 담는 것은 그 속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기에 그럴 것이다. 꽃과 과일, 화초가 있는 식탁은 생명의 순환을 잘 보여준다. 가족의 화목 생기 넘치는 기운 가득함을 드러낸다.


선과 선이 만나 이루어내는 모양은 가히 형이상학적 도형과 다름이 없다. 나의 식탁은 가슴속에 품어져 있는 나의 공간이기도 하다. 함께 마주할 가족과 친구,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이는 공간, 그 식탁은 나 자신이며 곧 형상화된 모형을 통한 세상과 소통이고자 한다. 추상적인 표현을 통해 만들어내는 정물은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니지만, 더 자극적이고 더 원색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전체를 보면 하나가 보이고 하나를 보면 전체가 보이는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특징이 아닐까.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조형이 주는 자극보다 식탁이라는 주제를 통해 보이는 그 사물들의 모습이 내게는 더 큰 자극이고 설득력 있는 의미 전달이다. 꽃이 품어내는 향기, 바구니의 과일이 보여주는 싱싱함. 그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향연이다.


식탁과 주변의 풍경은 그러한 마음의 갈등을, 생각을, 일정한 모양을 통해 나타내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정물이 그냥 정물이라면 그것은 죽은 사물일 뿐이니까. 비 그친 뒤 향긋한 봄내음이 진동하는 아침. 진한 감동보다는 맑은 기운을 선사해줄 것 같은 이 작품이 아름답다.

     

내일 아침은 느지막이 일어나 저 식탁에 앉아 한 조각의 빵과 한 조각의 과일로 아침을 나누고 차 한잔으로 따뜻한 눈길을 나누어야겠다. 아직 잠들어 있는 내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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