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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Sep 21. 2022

일상-생성, 김석중 작가

 

꽃은 오늘도 피고 있다.    

       

아파트 돌계단을 내려서는 화단에 구절초가 피어있다.

작년 이때쯤인가부터 피기 시작하던 꽃이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심었겠지만

왜 이 꽃을 선택했는지 알 수는 없다.     

구절초는 여름 내내 파란 잎만 틔우고 있다.

풀인지 꽃인지 구분도 안 가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 가치를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다가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긴 꽃대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다른 풀들이 시들어 갈 때

이렇게 남아있다는 모습을 보인다.     

꽃대가 자라는 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삐죽이 솟아있다.

오늘에서야 꽃을 보이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꽃잎을 흔든다. 나 여기 있어요!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도 피어남을 새삼 즐긴다. 상쾌한 아침이다.          


분명 방안에는 꽃이 없어야 하는데 꽃이 피었다.

   화병이라는 꽃밭에 꽃이 가득하다.      




   

일상-생성, 8F, 2007년, 김석중



고급스러운 비단 보자기가

테이블을 감싼 듯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손잡이가 있는 화병의

화려한 듯 투박한 듯

모습과 대조되어 담긴

꽃의 조화로움이

은은히 달빛을 머금은 듯하다.     

꽃향기 가득한

저 공간을 누가마다 할 것인가.

평화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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