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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Feb 20. 2023

내금강의 아침, 리창(북한)작가

내금강의 깊은 골짜기에 봄이 왔다. 우뚝 솟은 봉우리가 주는 웅장함에 아늑히 자리한 사찰의 풍경이 정겹다. 눈 내린 겨울 동안 깊은 산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끊기고 산속 동물만이 가끔 찾았으리라. 그 깊은 숲이 잠에서 깨어나듯 안개를 걷고 모습을 드러냈다. 산이 움직이고 동물들이 기지개를 켠다. 대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긴 추위를 이겨내고 겨울산이 깨어난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은 겨우내 쌓여있던 눈을 녹이며 생명수를 흘린다. 그 기운 따라 산속의 만물이 기지개를 켠다. 오랜 시간 멈추어 버린 시간을 되돌릴 듯이 가한 생명력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한꺼번에 깨어난 만물의 움직임이 산을 들썩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기운을 그대로 받을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감동을 그림으로 전할 때 어느 정도 가능할까. 그 느낌, 소리, 내음, 빛깔까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일부만 간직할 것이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곳이 있다.

                 


내금강의 아침, 리창(북한)



높은 산엔 아직 눈이 쌓여있는

땅속에서는 녹아내리는가.

계곡물의 흐름은 힘이 넘치고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이 내금강에 봄이 왔음을 알린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표현이

절로 발길이 머물게 하는 절경의 봄 풍경이다.      


안개 낀 내금강 산자락에 아침이 밝아온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내금강의 속살 같은 풍경이 드러나고

간밤에 불어난 계곡물은 시원한 줄기를 이루며 흘러간다.


맑은 물은 기운을 돋우고 생명의 기를 나눈다.

노루가 먹은 물 나도 한 모금 나누며 사는

세상의 큰 줄기

이곳 금강산에서 시작하니

닿는 곳마다 새로운 기운으로 일어서리라.


내금강의 아침은 자연의 음악으로 시작하니

물줄기 장단에 맞추어 풀벌레 새소리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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