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금강의 깊은 골짜기에 봄이 왔다. 우뚝 솟은 봉우리가 주는 웅장함에 아늑히 자리한 사찰의 풍경이 정겹다. 눈 내린 겨울 동안 깊은 산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끊기고 산속 동물만이 가끔 찾았으리라. 그 깊은 숲이 잠에서 깨어나듯 안개를 걷고 모습을 드러냈다. 산이 움직이고 동물들이 기지개를 켠다. 대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긴 추위를 이겨내고 겨울산이 깨어난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은 겨우내 쌓여있던 눈을 녹이며 생명수를 흘린다. 그 기운 따라 산속의 만물이 기지개를 켠다. 오랜 시간 멈추어 버린 시간을 되돌릴 듯이 가한 생명력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한꺼번에 깨어난 만물의 움직임이 산을 들썩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기운을 그대로 받을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감동을 그림으로 전할 때 어느 정도 가능할까. 그 느낌, 소리, 내음, 빛깔까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일부만 간직할 것이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곳이 있다.